‘킹달러’ 지속에… 엔화도, 위안화도 맥 못 추고 ‘풀썩’
일본 엔화, 달러당 150엔 넘겨
최근 약세 국력 하락 원인 평가
중국 위안화, 달러당 7위안 돌파
통화·재정 확장 정책 원인 지목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세계적으로 ‘킹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독 일본과 중국의 통화 가치 하락이 심각하다. 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각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반면, 일본과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어져 온 확장적 통화정책을 계속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와 위안화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과 7위안을 돌파해 각각 32년, 15년 만의 기록적 통화가치 하락을 보였다. 두 국가의 통화 당국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엔·달러 환율은 30%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 20일에는 32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50엔을 넘었다. 일본 당국의 개입 영향 등으로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선 146∼147엔대에서 거래됐다.
엔화 약세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일본도 금리 인상이 나서야 하지만,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27∼28일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막대한 부채 규모가 꼽힌다. 일본의 국채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처음으로 1000조 엔(약 9700조 원)을 넘었다.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엔저 흐름이 이어지면서 물가가 오르고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등 일본 경제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일본 기업이 생산거점을 대거 해외로 옮겨 엔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엔화 약세 흐름을 미일 금리 차이로만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내부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를 제외한 주요 산업 경쟁력이 뒤쳐지면서 일본 국력 전체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엔저가 가속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30년 후퇴한 수준이 될 것으라는 예상도 나온다. 올해 평균 엔·달러 환율이 1달러에 140엔 수준이 되면 달러로 환산한 일본 GDP가 3조 9000억 달러(약 5500조 원)에 그치면서 1992년 이후 30년 만에 4조 달러에 미달된다. 세계 3위인 일본의 GDP가 4위 독일과 비슷해진다. 일본은행은 28일 올해 일본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2.4% 떨어졌다. 최근 들어 위안·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7위안 선을 훌쩍 넘어서며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역내 위안화 가치는 지난 25일 15년 만에 최저인 7.2위안으로 떨어졌다. 위안화 약세는 달러 강세와 별개로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타격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재정 확장 정책을 실시한 것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를 3.85%에서 3.65%로 내렸다. 여기에 올해 중국 중앙·지방정부 재정적자도 지난해 동기의 약 3배이자 역대 최대 수준인 7조1600억 위안(약 1403조 원)으로 불어났다.
위안화 약세 심화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외국인 자금이 중국을 이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계적 수요 둔화로 인해 위안화 약세에 따른 중국 수출의 수혜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중국 국영은행들이 환율 안정을 위해 달러를 매도하고 있지만, 단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중기적으로는 위안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7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4%에서 3.2%로 낮췄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일부연합뉴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