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분장 사라진 서면 젊음의 거리, 업소 음악 소리도 평소보다 ‘조용’
부산 번화가 분위기
해운대 상가도 ‘조용한 영업’
“당분간 관련 행사 취소해야”
“핼러윈 축제가 대목이라고 하지만, 평소보다 더 조용히 문만 열고 영업하고 있습니다.”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승우(51) 씨는 전날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사망자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는 사실을 접하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 씨는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할 당시 서면 일대에도 핼러윈을 앞두고 젊은 층이 몰렸는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국가애도기간이 지정된 만큼 당분간 행사나 축제를 즐기기보다 추모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핼러윈을 앞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부산 지역도 여러 행사를 취소하는 등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서면 등 부산 번화가 일대는 전날 밤 핼러윈 분장을 하거나 축제를 즐기는 시민이 다수였지만 이날만큼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30일 오후 3시께 찾은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 평소 주말과 마찬가지로 이 일대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전날 밤처럼 핼러윈 분장을 하거나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면 젊음의 거리 약 250m에 들어서니 간혹 호박귀신이나 해골 등의 분장을 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유흥주점, 오락실 등의 직원이었고, 실제로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 코스튬을 한 시민은 없었다.
직장인 김 모(26) 씨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없는 핼러윈이라 호기심과 설렘으로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이 많았을 텐데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다양한 행사가 열리면서 인파도 몰려드는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철저히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께 찾은 해운대와 광안리 인근 상인들도 이태원 참사를 의식해 차분히 영업 중이었다. 일부 가게는 호박 모양 스티커와 풍선 등으로 꾸며져 있었지만, 평소보다 음악 소리도 작았고 핼러윈 이벤트도 진행하지 않았다. 장영국 해운대구 구남로 상인협회 회장은 "국가적 참사로 부산 지역 상인들도 무거운 마음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많이 찾는 주점 등은 음악 소리를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면에서 만난 유치원생 학부모 이 모(35) 씨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최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핼러윈 축제를 많이 하는데, 국가적으로 대형 참사가 일어난 만큼 당분간 관련 행사는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