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종교·스포츠 행사서 반복되는 지구촌 ‘압사 사고’
1일 인도네시아 축구장서 132명 사망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압사 사고’는 그간 세계 각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특히 군중이 몰리는 종교·스포츠 행사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았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1일 인도네시아 동자바주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축구경기장에서 발생했다. 홈팀이 패하자 흥분한 서포터들이 경기장에 난입했고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뒤엉켜 132명이 압사했다.
역대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사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행사다. 1990년 7월 당시 수많은 인파가 이슬람 주요 장소와 이어진 보행용 터널에 몰리면서 1426명이 압사했다. 2015년 9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우디 당국은 당시 717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외신은 모두 24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우디에서는 1994년 5월 270명, 1998년 4월 200명, 2004년 2월 251명, 2006년 1월 362명 등 이슬람 종교 행사 기간에 대량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과거 스포츠·문화 행사에서도 좁은 장소에 수많은 관객이 몰리면서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익히 알려진 압사 사고는 1989년 4월 잉글랜드 셰필드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서 발생한 ‘힐즈버러 참사’다. 당시 리버풀과 노팅엄의 FA컵 준결승이 열린 경기장에서는 관중이 뒤엉키며 96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물 축제가 열린 2010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보트 경기 직후 코픽섬에 모인 수천 명이 섬과 육지를 잇는 좁은 다리 위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소 350명이 숨졌다.
2014년 12월 31일 중국 상하이 천이 광장에서 열린 신년맞이 행사에서도 압사 사고로 36명이 숨졌다. 당시 목격자들은 미 달러와 유사한 가짜 돈이 대량 뿌려졌고, 이를 주우려는 사람이 순식간에 몰려들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으나, 상하이시는 “돌발적인 군중 쏠림으로 인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