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영미권 나라, ‘핼러윈 기간’ 사고 예방 선제 조치
주요 도시, 차량 통제 등 대비책 시행
서울 이태원에서 참혹한 압사 사고가 발생한 ‘핼러윈 기간’은 영미권 나라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고위험 시기’로 꼽힌다. 이들 국가는 올해 핼러윈 기간을 앞두고 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미국 워싱턴 지역방송 WUSA9는 “핼러윈은 1년 중 아동 보행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이는 핼러윈 기간 풍습인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이웃집을 찾아다니며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는데, 이때 급히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이는 어린이가 많다. WUSA9가 분석한 결과 2011~2020년 통계에서 18세 미만 인구의 일평균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명 안팎이다. 그러나 핼러윈 기간에는 4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받는 핼러윈 사탕 속에 마약, 면도칼, 바늘 등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줄곧 제기됐다. 실제 2017년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핼러윈 행사에서는 한 아이의 사탕 바구니 속에 메스암페타민(히로뽕)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고 우려에 각국의 주요 도시는 차량 통제 등의 대비책을 시행하고 있다. 온라인매체 타임아웃 등에 따르면 뉴욕은 핼러윈 당일인 31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맨해튼,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스 등지의 거리 약 100곳을 일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트릭 오어 트릿 풍습으로 인한 사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 ‘차없는 거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밖에 과도한 음주, 파티로 인한 사건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들도 뒤따른다. 일본 영자지인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최근 핼러윈을 앞두고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에 경찰력을 배치하고 심야 음주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방역 완화 이후 늘어나는 주취자로 인한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아이들의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미국에서는 핼러윈 행사 간소화 추세도 감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버몬트주 벌링턴 일부 학교에 이어 필라델피아 인근 로워 메리언 교육구 내 6개 초등학교가 올해 핼러윈 퍼레이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처가 대부분 해제됐지만 종교적 이유로 참석 불가능한 학생에 대한 배려와 학생 안전 보장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