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내년 1월 상장 가닥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 작용
하반기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혔던 케이뱅크가 상장시점을 연내에서 '내년 초'로 조정했다. 증시 자체가 워낙 부진한 데다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바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주요 FI(재무적투자자)에 내부적으로 상장 목표 시점을 내년 1월로 잡았다고 통보했다.
케이뱅크는 그간 구체적 상장 시점에 대해 밝힌 바 없다. 다만 시장에서는 9월 상장 예비심사에 통과한 만큼 이르면 연내 상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약세장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상장 후 최고 9만 4400원에서 이달 28일 1만 5800원으로 무려 83%나 추락한 점 등이 상장 시점 연기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이른바 '고평가' 논란으로 줄곧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5일 발생한 카카오 데이센터 화재 여파로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케이뱅크의 공모가 산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는 상장 당시 해외 인터넷은행 등과 비교해 주가순자산비율(PBR) 7.3배를 적용한 15조 6783억~18조 5289억 원 수준으로 산정됐다.
해당 기준을 케이뱅크(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 1조 7356억 원)에 적용하면 12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카카오뱅크의 최근 PBR(1.47배)를 적용받을 경우 기업 가치는 2조 원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동종업계 기업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이 가장 큰 부담일 것"이라며 "내년 초까지 철저한 준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야겠지만 카카오뱅크 주가의 반등 모멘텀이 없어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 조 단위 대어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상장을 철회했다. CJ올리브영, SSG닷컴 등은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