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 주지 못해 미안” “어이없는 죽음 꼭 애도하고 싶어”… 출근길부터 조문 행렬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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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합동분향소 표정

오전부터 애도 발길 끝없이 이어져
대통령 부부·정부 관계자도 추모
흐느끼거나 울먹이는 시민 많아
부울경도 합동분향소 설치·운영

31일 오후 부산시청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등 간부 공무원들이 합동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부산시청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등 간부 공무원들이 합동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너무나 참담하고 슬픈 마음에 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달려왔습니다.”

3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정원우(26) 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이날 오전 6시 기차를 타고 서울광장을 찾았다는 그는 분향소에 엎드려 한참을 흐느꼈다. 눈물을 쏟으며 몸을 들썩이던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관계자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떴다. 정 씨는 취재진에게 "희생자와 직접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은 저와 같은 젊은 청년이고 꿈을 가졌던 분들이었을 것"이라며 "사고 소식을 듣고 한참을 눈물 흘리다 어이없는 죽음을 꼭 애도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은 31일 오전 기준 154명의 사망자를 포함, 303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사고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첫날이다. 합동분향소는 서울광장과 녹사평역광장에 각각 차려졌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의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지만, 출근길부터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대학생부터 직장인, 아이와 손을 찾고 잡은 어머니 등 많은 시민이 합동분향소를 찾기 시작했다. 분향소를 바라보던 시민들은 눈물을 훔치거나 가만히 두 손을 모아 기도하기도 했다.

오전 8시 30분께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앞에서 만난 김지원(34·서울 영등포구) 씨는 “점심시간에 다시 합동분향소를 찾아 추모할 예정이지만, 출근길부터 마음이 쓰여 일찍 찾게 됐다”며 “참사를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명현(55·서울 용산구) 씨는 “멀리서 합동분향소를 보고 걸어오는데 발걸음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며 “어이없는 죽음을 모두 함께 애도하고 이 사고가 부디 정쟁에 이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경호처장 등 정부 관계자와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급 참모진이 찾기도 했다.

녹사평역광장에 차려진 이태원 합동분향소에도 오전부터 시민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께 이태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친 이진문(58·서울 광진구) 씨는 “아침에 자연스럽게 발길이 이곳으로 향했다”며 “희생자 중 청년이 많은데 자식 같은 생각에 마음이 더욱 아팠다”고 말했다. 20대 딸이 있는 이 씨는 “주말이면 딸들도 친구들을 본다고 홍대와 이태원 등으로 가는데 이번 참사가 꼭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정말 미안하고 먹먹하다”고 말했다.

이태원 합동분향소를 찾은 김진택(33·서울 중구) 씨도 “학생 때부터 이태원을 즐겨 찾았고 그러면서 이태원에서 알게 된 이들이 많다”며 “알거나 스쳐 지나간 얼굴들이 이렇게 됐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울컥했다”고 말했다.

한편 31일 오후 부산시가 부산시청 1층 대강당 로비에 설치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도 희생자들을 애도하려는 부산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울산시는 시의회 의사당 1층 시민홀에, 경남도는 창원시 경남도청 광장에 각각 합동 분향소를 차렸다. 이들 합동분향소의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정부가 정한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 운영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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