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위해 도입한 정시확대·자소서 폐지, 다시 들여다봅시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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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입 개편 전문가 포럼

서울지역 16개 대학 중심 정시확대
전국적 수능전형 감소 추세에 역행
현행 방식 땐 고교 교육 파행 우려
2024학년도부터 자소서 폐지 적용
학생부 외 지원자 소명 기회 필요
고교학점제 고려한 개편안 주문도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정시확대와 자기소개서 폐지는 과연 공정한가.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마련을 앞두고, 지난 대입 개편안과 공정성 강화방안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평가하는 자리가 최근 마련됐다. 지난달 24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제1차 2028 대입 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대체적으로 정시확대 등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고교학점제 안착 등 학교 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대입 개편안을 주문했다.


■‘정시확대’는 공정할까

이날 포럼에서 ‘2022 대입제도 개편 및 공정성 강화 방안 평가’를 주제로 발표한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서울지역 16개 대학을 중심으로 한 정시확대(수능위주 전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처장은 “정시 비중이 낮은 대학이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비중이 45% 이상인 16개 대학으로 정한 것은 정시 확대라는 목적과 연관성이 부족하다”며 “전국적으로는 수능위주 전형이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선택과목을 수능에서 선택·평가하는 방안 등 미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수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지나치게 제한된 탐구과목만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정시를 확대한)16개 대학에 의해 고교 교육이 파행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수능 위주인 정시전형의 문제점에 대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충북 오송고 한상아 교육과정부장은 “(수능은)5지 선다의 객관식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학생들을 등급에 따라 줄세우는 시험으로 변질됐다”며 “정규과정의 다양한 수업을 외면하고 입시과목 위주의 학습에만 집중하거나 ‘수업 따로 수능 준비 따로’인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과목으로 수능에 응시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3학년 2학기는 과목별 성취기준에 따른 수업이 아닌 수능문제 풀이에 몰두하고 있고, 수능을 전후로 사교육 기관에서 수능이나 대학별 고사에 집중 대비하겠다며 조퇴나 결석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며 “6학기 중에 마지막 학기가 입시 때문에 황폐화하는 문제에 대해 이제는 정식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시확대는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의 하나로 도입됐지만, 실제 대학에선 정시 입학생의 학교생활 적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실정이다. 일례로, 건국대가 2016년 입학생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정시 출신은 하위부터 상위까지 골고루 분포된 반면, 학생부(교과·종합)전형 입학생은 상위권에 주로 포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김경숙 책임입학사정관은 “2016년 6개 대학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모두 42개 대학의 56개 종단연구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능전형 입학생의 이탈률이 가장 높은 반면, 학교만족도는 학생부종합전형 출신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 “건국대의 경우 수능을 두세 번 본 N수생이 70%가 넘는다”며 “여러 번 시험을 봐서 성적이 오르는 게 오롯이 학생의 학업역량인지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폐지’ 최선일까

2024학년도 대입부터 자기소개서가 폐지되는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학생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활동 내용을 대학 입장에서 알기 어렵기 때문에, 교과성적 위주의 평가가 심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윤배 처장은 “교원 입장에서 학생을 평가한 게 학생부라면, 지원자도 스스로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자신을 설명하고 어필할 필요가 있다”며 “자소서를 못 쓰게 한다는 건 사법제도에서 변호사가 없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의 능력 고도화를 전제로, 자기소개서 부활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상아 부장은 “학생이 가정환경 때문에 갑자기 성적이 떨어질 수 있는데 학생부에는 그 이유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교사·학생 입장에서 작성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자기소개서를 통해 학생들의 사정을 한 번 더 나타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경숙 입학사정관도 “학생부종합전형이 정성평가임에도 불구하고 고교 블라인드와 자기소개서를 폐지해 ‘맥락평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지원자 본인이 소명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없애면 학교와 교사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해지는데, 이것이 우리가 정말 지향하는 공정성인지 한 번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학교 현장에서는 이와 맞물린 대입 개편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이상지 회장은 “고교학점제를 어떻게 잘 적용해야 할지 입학사정관들도 고민 중인데, 일부에선 학생부종합전형이 고교학점제에 적합하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시와 정시 각 특성에 맞는 전형은 유지돼야 하며, 고교학점제가 각 전형에 어떻게 잘 반영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교육부는 홈페이지 내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의견수렴 게시판’을 개설해 내년 2월 말까지 운영한다. 앞으로 전문가 토론회(포럼)와 게시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해 내년 상반기까지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 처장은 “그동안 정치 등 교육 외적 요인이 입시에 개입해온 게 사실이며, 불행히도 지난 몇 년 간 극대화됐다”며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사회문제를 대입정책을 통해 모두 해결하려다 보면 거꾸로 대입정책이 새로운 사회문제를 만들게 된다. 입시가 주도권을 갖지 않고 (학교 현장)교육이 주도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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