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룡 칼럼] 목포행 고속 열차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서울 속초 고속철도 2027년 완공
윤 대통령 “진정한 지방시대” 약속
수도권 연장·북부권 확장 해석
영남권 광역철도 사업 너무 지체
일자리·교통·의료·교육 등 쏠리며
수도권 일극 도시국가 축소 우려
동서고속화철도 이야기부터 해 보자. 서울 속초 간 1시간 39분에 주파하는 철도 공사가 시작되었고 2027년 말에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대통령도 착공식에 참석하여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겠다’라고 약속했다. 서울 용산에서 춘천까지 이미 설치된 철로를 속초까지 연장하여 기존의 이동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게 된다. 사업비 2조 4377억 원이 투입되며 시속 250km의 준고속열차 KTX-이음이 배치된다. 이렇게 되면 속초 사람은 90분에 서울에 가서 일을 볼 수 있고 서울 사람은 90분으로 동해 연안에 가 닿는다. 하지만 이를 부산의 관점에서 보면 수도권의 연장, 혹은 북부권의 확장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부권의 사정은 어떠한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부산에서 목포에 이르는 고속화 열차는 가능한 일일까?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수도권에 투입한 광역철도 예산이 3조 3535억 원이라면 비수도권은 2044억 원에 불과하다는 보고가 있다. 94.3% 대 5.7%의 현격한 격차를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도 용산에서 속초에 이르는 고속화 철도 사업이 매년 4000~5000억 원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획기적이다. 철도는 이동 수단일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을 이어 주고 통합하는 미디어로 현대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다. 우리는 수도권이 촘촘한 도로망과 도시철도망에 광역철도망을 더하고 있는 사실을 괄목상대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 광역철도망(GTX)은 A, B, C노선의 단계로 추진되고 있고 A노선의 완공에 이어서 2024년 상반기 B노선을 조기 착공하기에 이르렀다. 수도권 순환도로도 제2 순환선이 진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가운데 GTX는 수도권 각 지역을 30분에 이어 주게 된다. 그러니까 도시철도 네트워크가 기본이라면 순환 고속화 도로가 이를 뒷받침하고 GTX가 교통 체증과 속도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모양새다.
수도권의 GTX에 상응하는 계획이 각 권역에 있는데 그게 광역철도망(MTX)이다. 가령 영남권 광역철도의 현주소를 보자. 이는 부산-울산-경주-영천-경산-대구-창녕-창원-부산으로 순환하는 철도이다. 2010년에 추진된 GTX에 비하여 10년 늦은 2020년에 구상되었으나 현재 부산에서 태화강에 이르는 동해선밖에 이룬 게 없다. GTX가 대심도 신설이라면 MTX는 전 구간 기존선로를 활용하거나 연장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사정인데도 불구하고 사업의 지체가 매우 현저하다. 이러니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는 동남권 또는 남부권이 요원하기만 하다. 수도권 GTX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사업으로 A노선을 지나 B노선에 이르고 있다면 영남권 MTX는 이 사업 계획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초라한 처지에 놓여 있다. 심지어 도시철도조차 노포동에서 양산 북정에 이르는 양산선의 경우 공사비 부족으로 복선 대신 단선으로 2026년에야 개통해야 하는 사정이다. 그만큼 지역의 인프라 확충이 더디고 ‘지방소멸’에 맞서는 ‘지방회생’의 계기는 제대로 조성되지 못한다.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의 통계는 지방대학 졸업자 4명 중 1명이 취업을 위하여 수도권으로 이동한다고 말한다. 이미 고교를 졸업하고 수도권 대학으로 이동한 청년 인구를 포함한다면 매우 심각한 유출이다. 지역거점 국립대학교의 중도 탈락 비율은 전년 대비 0.6% 상승하여 평균 4.3%에 이르렀다고 한다. 올해 수도권 대학 수시전형 경쟁률은 14.33대 1을 기록했다. 이에 비하여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은 5.72대 1로 절반에 미치지 못할 지경인데 한 학생이 6개의 수시전형 지원이 가능한 만큼 비수도권은 실제 정원미달에 가깝다. 매우 참담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젊고 실력 있는 교수가 수도권으로 이직하는 사태도 속출한다. 그야말로 일극의 블랙홀로 인재가 빨려드는 형국이다.
앞서 철도를 중심으로 지역 정체를 말했지만, 일자리,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모든 인프라에서 수도권 집중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 이전, 재정 확대 등이 지역발전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더 획기적인 정책 나아가서 혁명적인 전환이 없다면 몇십 년 지나 수도권을 제외하고 살아남을 지역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수도를 중심으로 하나의 체제를 형성하는 도시국가로 축소되지는 않을까? 우리 지역의 형편도 녹록하지 않다.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연합’에 균열이 일어나고 자칫 좌초될 공산이 커졌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유일한 정책을 방기하고 있다. 연대는 약자의 몫이 아닌가. 강자를 추수하면서 분열하지 않아야 한다. 부울경은 특별연합을 살려 내고 정부는 산업, 재정, 교육, 복지 등 전 분야에 걸쳐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