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해체연구소 착공, 안전 의식 고취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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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로 글로벌 시장 진출 계기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 해결도 시급

‘원전해체연구소’ 착공식이 31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건설현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기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원전해체연구소’ 착공식이 31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건설현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기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영구 정지된 고리원전 1호기의 해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원전해체연구소가 31일 부산·울산 일원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2017년 6월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정부가 “관련 연구소를 설립해 원전 해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 무려 5년 4개월 만에 첫 삽을 뜬 것이다. 계획보다 훨씬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경수로 노형 해체 지원을 위한 연구소는 부산시 기장군과 울산시 울주군에 걸친 13만 8000㎡의 부지에 2024년까지 사무동, 연구동, 실물모형시험동을, 2025년 7월까지 실증분석동을 건립한다. 2026년 상반기에 장비 구축과 인허가를 완료해 전체 시설을 준공할 계획이다.



연구소가 2026년 준공되면 원전 건설부터 해체까지 원자력 산업 전 주기 기술 완성이란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연구소는 기술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 베드 등 실증 인프라 기능과 함께 다양한 첨단 장비를 활용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산학연 협력을 통해 인력도 양성할 예정이다. 원전해체 시장 참여를 희망하는 지역 기업에 기술 지원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독자적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원전 해체 시장은 2050년까지 2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960~1980년대 건설한 원전의 사용 기한이 다가오면서 해체해야 할 원전이 2030년대 이후 216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이번 착공과 함께 시급한 국가적 과제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핵심 기술 확보와 함께 영구처분장 설립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 운영 정지된 원전에 쌓여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방식이 확정되지 않으면 2017년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 등 원전 해체 작업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도 7년 이상 시간이 걸리고, 2060년 전후로 예상되는 별도의 영구처분장 건설 계획은 논의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고리1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포화도는 100%에 이르고, 정부가 고리2, 3, 4호기 원전의 계속운전을 진행하면, 고리원전 사용후 핵연료 포화 시기는 2031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노후 원전의 안전한 해체는 국가적으로 큰 기회이자 모험이다. 세계 최초의 기술 개발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한둘이 아니다. 물론, 국민 안전 확보는 어느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생사의 문제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부산·울산이 원전 해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원 확보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원전해체연구소의 가동을 계기로 원전 관련 인력 양성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늦었지만, 원전해체연구소가 차질 없이 건설돼 원전 해체 분야 기술 자립을 주도할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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