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공사, 레고랜드 ABCP 100억 소송 ‘일단 멈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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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원금·이자 못 받아
BNK투자증권 통해 소송 준비
강원도 채무이행 계획에 보류

부산 부산진구 부산도시공사(BMC)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부산진구 부산도시공사(BMC)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부산도시공사가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00억 원가량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도시공사는 당초 채무불이행을 우려해 소송까지 준비하다 최근 강원도가 채무 이행 계획을 밝히자 보류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부산도시공사는 BNK투자증권을 통해 진행하던 레고랜드 ABCP의 원금과 이자 지급을 위한 소송을 잠정 보류했다고 31일 밝혔다.

부산도시공사는 올해 1월 BNK투자증권을 통해 레고랜드 ABCP 98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8개월 후 이자 2억 원을 더해 100억 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하자 지급 보증을 선 강원도를 상대로 지연 이자를 포함해 돌려 달라는 소송을 BNK투자증권을 통해 준비했다. 하지만 강원도가 지난주 12월 15일까지 레고랜드 ABCP의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소송은 보류한 상태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초반에는 원금과 이자 손실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최근 강원도가 연내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밝혀 소송은 보류했다”며 “계약서에 지연 이자에 대한 조항도 있어, 채무 지연에 따른 피해를 구제 받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ABCP는 강원도 춘천시의 레고랜드 건립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2050억 원 규모로 발행했다. 만기일 하루 전날 강원도가 어음의 상환 책임이 있는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신청(옛 법정관리) 계획을 내놓으면서 만기일에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했다. 신용도가 높은 지자체 보증 채권의 상환이 지켜지지 않자 채권 시장이 요동쳤다. 이른바 ‘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 사태가 심각한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에 정부는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있다. 강원도도 상환 계획을 앞당겨 연내 채무를 갚겠다고 나선 것이다.

부산도시공사는 레고랜드 ABCP 사태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올해 상반기 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경영 상태다.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 투자에 문제가 생기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별도 TF를 구성해 기존 투자 상품과 전략을 점검하고 나섰다.

채무 지연에 따른 피해뿐 아니라 레고랜드 사태 이후 공사채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인천도시공사가 500억 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무산되고, 경기도 과천도시공사도 과천공공주택지구 조성을 위한 600억 원 규모의 공사채 중 400억 원이 유찰됐다.

부산도시공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사채 발행 계획은 없지만, 센텀2지구 보상비 등 공사채 발행 요인이 발생할 예정이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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