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불꽃 꺼진 자리에 애도의 마음 깃들길…(종합)
속속 연기·취소되는 행사들
부산불꽃축제 무기한 연기 결정
동구·사하구 의회 국외연수 취소
예정된 학교 수학여행은 진행
이태원 참사로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가운데 부산불꽃축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축제와 행사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각 학교에도 행사를 연기·취소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한편 수학여행은 학생 안전에 유의하며 그대로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긴급히 내려지는 안전강화 지침을 두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시는 5일 개최 예정이던 제17회 부산불꽃축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31일 밝혔다. 사전에 판매한 유료좌석 8000석에 대해서는 전액 환불한다. 같은 날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펼쳐질 계획이던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도 취소됐다.
매년 약 100만 명이 찾는 초대형 축제인 부산불꽃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 동안 정상 개최되지 못했다. 올해 축제는 광안리해수욕장, 동백섬, 이기대 등 주요 장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재개될 예정이었다.
부산시는 축제일을 다른 날짜로 바꾸어 개최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이태원 사고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국가 애도 기간에 맞춰 11월 5일 개최 예정인 부산불꽃축제 무기한 연기 결정을 내린 점, 시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부산지역 기초의회도 추모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국외연수를 취소했다. 동구의회는 이날부터 7박 9일 일정으로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하는 계획을 취소했다. 사하구의회도 1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호주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부산시교육청도 지난달 30일 오후 각급 학교에 긴급공문을 보내 국가애도기간이 끝날 때까지 학교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도록 요청했다. 불가피하게 시행해야 하는 행사는 사전 안전교육을 필수적으로 하고, 최대한 경건하게 진행하도록 했다. 또 부산지역 각종 행사에 학생들의 참여 자제를 당부하고, 공무원들은 애도 리본을 달고 음주·골프·워크숍·회식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주최로 3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부산교육한마당’ 행사의 경우, 체험부스와 문화공연이 예정된 31일 일정이 취소됐다.
다만, 시교육청은 기존에 계획된 수학여행은 학생 안전에 유의하면서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애도 기간 수학여행을 떠나는 부산지역 학교는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7개, 고등학교 11개 등 모두 28개교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출발하기 전에 묵념을 진행하고, 학생 안전에 더욱 유의하도록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로 학교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월호 사고 뒤 안전 관련 직무연수와 학생들이 알아야 할 안전 관련 리스트는 늘었지만, 교사 1명이 수십 명의 학생 안전을 책임지는 상황은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부산교사노조 윤미숙 위원장은 “가족체험학습 등을 가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학교의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돼 담임교사의 부담과 불안감은 그대로”라며 “친구들과의 추억쌓기를 위해 수학여행이 필요하다면 전문 여행사에서 코스를 짜고 안전요원까지 배치하는 등 학생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