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 애도 분위기 속 ‘무력 도발’에 더욱 꼬인 남북 관계
북, 첫 NLL 남쪽 미사일 발사
ICBM 발사·7차 핵실험 우려도
한반도 주변 군사적 긴장감 고조
한·미, 강도 높게 즉각 대응 나서
북한이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쪽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빌미로 대남 무력 시위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도발이 남측을 겨냥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NLL이나 군사분계선(MDL) 등 접적 지역 근처에서 국지도발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특히 150여 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무력 도발을 감행한 터라 북한이 주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한반도 주변 군사적 긴장감을 더 고조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이날 오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미사일 10여 발을 동·서해로 쐈고, 이 중 1발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속초에서 동쪽으로 57㎞ 떨어진 공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은 이날 오후 강원도 고성 일대서 동해 완충구역에 100여 발 포격도 실시했다.
북한이 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미사일의 탄착 지점은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기준선에서 200해리) 내에 해당한다. 미사일을 울릉도 방향으로 쐈는데, 연평도 도발 이후 12년 만에 이번엔 울릉도를 겨냥한 셈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로 공습경보가 울린 것은 6년 9개월 만이다. 2016년 2월 7일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주장하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인 ‘광명성’ 로켓을 발사했고, 백령·대청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졌었다.
한·미는 강경하게 대응했다. 군은 F-15K와 KF-16 전투기에서 동해 NLL 이북 공해상을 향해 ‘슬램-ER’ 등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의 미사일이 NLL을 넘어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미사일 1발이 NLL 남측에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3배 수준의 대응을 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슬램-ER는 북한의 주요 건물과 장사정포 진지, 미사일 기지 등을 정밀 타격하는데 동원된다. 하푼 대함미사일을 공대지 미사일로 개조한 것으로 최대 270㎞ 떨어진 목표물을 3m 이내의 오차로 정밀타격할 수 있다. 철근 콘크리트 1.2m를 관통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은 군사분계선 근처 상공에서 발사하면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은 과거 한·미가 연합공중훈련을 진행하거나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면 큰 위협을 느끼고 하던 도발도 멈추고 숨을 죽였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한·미는 현재 F-35B 등 첨단 스텔스 전투기 등 240여 대를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진행 중이며, 미국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잠수함 키웨스트함이 부산에 입항한 상황이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연합훈련에 대해 ‘말로만’ 대응하지 않고 행동을 감행한 것은 전술핵을 보유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핵을 보유한 이상, 한·미가 강도 높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에서 맞대응을 펼친 것이다. 실제 올해 9월 말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입항을 계기로 한·미, 한·미·일이 연합훈련을 진행할 때도 북한은 하루가 멀다 고 탄도미사일을 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해 도발하고 있음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의 국가애도기간 중에 자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북한의 무력 도발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는 상황임을 뻔히 알고 있을 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또 도발을 감행했다”며 “정말 구제불능의 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안호영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도발로 대피 명령과 공습경보 속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울릉도 주민들을 생각하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