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원인 규명·온당한 책임져야” 여권 내부 기류도 변화
안철수 “이상민 자진 사퇴해야”
희생자 수가 156명에 달하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추궁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던 여권이 책임 추궁 모드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책임 회피 발언에 더해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경찰 도움을 요청한 112 신고 전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악화돼 자칫 여권 전반으로 책임론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제1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156명의 시민이 숨진 이태원 사고에 무한 책임이 있다. 우리 책임을 어디에도 미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날(1일) 공개된 이태원 참사 관련 112 신고 전화 녹취록을 언급, 대처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충분한 현장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정이 모두 참여하는 이태원 사고 조사 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렇게 많은 사람 모이는데 왜 용산구청, 서울시, 용산서, 서울경찰청은 대비를 못했는지 의문이 있었는데 무려 4시간 전 신고 받고도 심각성 모르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드러났다”며 “사건 수습과 유족 보호, 위로가 급선무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상응하는 책임추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거취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차기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조금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책임자들이 진상 규명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변명·회피하고 일선 현장 경찰관들에게 떠넘기는 등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이 장관과 윤 청장이)거취에 대해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결정이)빨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권은 지난달 29일 참사 직후부터 사고를 수습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민주당 등 야당에서 주장하는 이 장관과 윤 청장 경질론에 선을 그어왔다. 전날(1일)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지금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고 수습에 집중할 때”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일 경찰이 공개한 참사 당시 신고 녹취록으로 부실 대처가 확인되면서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오는 5일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면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