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91. 실재적 환영과 공간의 깊이를 연출하다, 류무수 ‘Embryo(胚) 79-05’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류무수(1945~)는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동아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아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1979년 원화랑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고 ‘제1회 대한민국 국민미술전람회’(1966), ‘동맥전 창립전’(1974), ‘제4회 앙데팡당전’(1976), ‘제14회 까뉴국제회화제’(1982), ‘제1회 바다미술제’(1987), ‘제8회 남부미술제’(1992), ‘1960-70년대 부산미술: 끝이 없는 시작’(2020)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ORK 현대미술연구회’ ‘POINT 현대미술회’ 동인으로 활동하며 부산현대미술 형성에 함께했다. 부산경상대학 광고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했고 1999년에는 문화비전 2000 엠블럼 현상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류무수가 일관되게 관심을 가진 것은 사물에 잠재된 움직임으로, 회화뿐 아니라 조각 영역으로까지 확장한다. 1970~1980년대에는 암갈색 화면을 기조로 화면 뒤에서 뾰족한 사물이 돌출하는 순간을 표현한 단색회화를 다루었다, 돌출하는 형상은 화면 전체로 확산되거나 일정한 형태를 만들었다. 또 튀어나오고 들어가는 형상이 함께 표현되는 등 암갈색의 동일한 화면에서 다양한 변주를 보인다. 이후에는 일렁이는 물결과 함께 물속 바닥의 돌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회화 작품 ‘물, 빛, 흐름’ ‘물, 빛, 바람’ 등을 제작해 물을 통해 자연의 움직임을 반영하고자 했다.

단색회화에서는 최소한의 붓놀림으로 사실성을 부각했다면, 물을 소재로 할 때는 사실적 묘사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또한 장대높이뛰기나 줄넘기 등 중력에서 벗어나 비상하는 운동의 절정적인 순간이나 노 젓는 모습과 같이 움직임의 순간을 표현한 구상조각, 선의 움직임을 가시화한 역동적인 추상조각을 제작했다.

‘Embryo(胚) 79-05’는 암갈색의 캔버스 뒷면에서 앞으로 솟구치는 형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류무수는 회화가 캔버스 위에서 무엇을 어떻게 비춰 낼 것인가를 고민했다. ‘Embryo’는 회화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며 1970~1980년대에 주력했던 시리즈이며, 부산현대미술 흐름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작가는 ‘캔버스는 스크린인 것처럼, 화가는 영사기인 것처럼’ 생각하고 암갈색의 캔버스에 무형의 것을 비춰 드러내듯 표현했다.

이 작품은 마치 캔버스를 밀어내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암갈색 화면에서 돌출되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물감을 닦아내거나 어두운색을 덧칠해 음영을 강조한다. 그 결과 평면에서의 환영적인 눈속임이 연출되고 공간의 깊이가 확보된다. 화면 뒤에서 뚫고 나오려는 시선을 끄는 두 개의 발아점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생명력과 팽팽한 긴장감을 표출한다. 힘껏 땅의 표면을 뚫고 움트는 생명의 잠재적 힘을 가시화함과 동시에 움직임의 시작을 알리는 징후로 존재한다.

조은정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자료연구팀장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