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애도기간 ‘판촉 행사’ 속속 취소… 호텔·유통가 ‘끙끙’
코리아세일페스타 축소 진행
신세계 ‘쓱데이’ 등 전면 취소
‘원아페’ 이어 불꽃축제까지 연기
부산 호텔가 직격탄 맞고 한숨
연말 특수도 불투명 곳곳 푸념
“물 들어와서 노 저으려 했더니….”
황금연휴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로 한껏 달아 올랐던 10월이다. 그러나 서울 이태원 참사 이후 축제와 마케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어 호텔가와 유통가는 말 못할 속앓이 중이다. 2년 만에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던 매출이 그대로 곤두박질치는 것은 물론 연말 특수까지 물 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 차원에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대폭 축소할 것을 권유한다. 지난달 31일 예정됐던 개막식이 취소됐다. 정부는 참여업체 사정을 감안해 오는 15일까지 진행은 하지만 자율적으로 이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도록 권장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11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던 ‘쓱데이’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쓱데이’는 1년에 한 번 신세계그룹 전 계열사가 총출동하는 온·오프라인 병행 쇼핑행사다. 자사 프로야구팀인 SSG랜더스가 창단 첫해인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이를 활용한 야구 마케팅도 못 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로 9일까지 진행하려던 롯데 유통군 할인 행사인 ‘롯키데이’ 행사의 마케팅과 홍보를 최소화 하는 중이다.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롯데제과의 빅 이벤트인 ‘빼빼로데이'(11월 11일) 마케팅도 모조리 중단했다.
롯데쇼핑 측은 “행사는 고객과 약속한 부분인 만큼 예정대로 9일까지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마케팅과 광고, 홍보, 이벤트는 전면 취소하고 상품 할인 행사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류업계가 한껏 기대하고 있던 카타르 월드컵 마케팅도 어려울 전망이다. 월드컵이 시작되는 20일을 앞두고 공식 스폰서인 오비맥주 등 주류업계는 애도 분위기 등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
부산 시내 마트와 백화점 할 것 없이 핼러윈 관련 조형물과 간판을 철수한 데 이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3일 예정되어 있던 크리스마스 외벽 장식 공개도 잠정 연기했다.
롯데몰 진주점도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페이스페인팅 등 핼러윈 이벤트를 중단하며 고객들의 양해를 구했다.
부산의 호텔가도 원아시아페스티벌이 당일 취소되고 부산불꽃축제까지 무기한 연기되면서 제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행사가 연기됐다면 예약 스케줄을 조정해 손님을 붙잡았겠지만, 부산시가 무기한 연기 취소를 선택하면서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며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부산의 시내 한 호텔 관계자는 “11월은 불꽃축제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사실상 무산되면서 내국인, 외국인 가릴 것 없이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객실 예약 대비 취소율이 50%에 육박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 유통가와 호텔가 입장에서 이태원 참사가 특히 뼈 아픈 건 시기이다. 핼러윈 시즌 마케팅으로 들썩이는 가을 분위기가 11월을 징검다리 삼아 연말 특수로 이어지는데 참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셈이다.
핼러윈 마케팅은 완전히 불가능해졌고 애도 분위기가 국가애도기간을 지나 계속 이어지면 11월은 물론 12월 성탄절 마케팅까지도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한 유통가 관계자는 “당장 식음료 매출은 크게 변한 게 없지만 사회 분위기에 맞춰야 하다보니 판촉 행사 자체를 못 하고 있다”며 “연말 성탄절 전후로 홈파티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당장 이를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 다들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