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8곳 동시 압수수색… 용산서장 경질
서울경찰청·용산구청 등 대상
특수본, 업무상 과실 혐의 수사
상부 기관 책임 규명도 급물살
행안부, 압사 33분 뒤 첫 인지
경찰청은 1시간 47분 뒤 파악
재난 보고·지휘 체계 ‘구멍’ 드러내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 8곳을 일제히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하면서 지휘관급 책임 규명 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수본은 2일 오후 2시부터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방재센터, 서울교통공사 안전관리본부 등 8곳에 수사 인력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참사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경비 계획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경찰과 소방 등 기관들의 업무상 과실 혐의를 살펴보는 한편 상부 책임 추궁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와 함께 이번 참사와 관련해 재난 상황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관련 112 신고가 접수된 지 4시간이 지난 뒤에야 최초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압사 사고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행안부는 33분, 서울경찰청장은 1시간을 훌쩍 넘긴 이후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경찰과 재난 주무 부처의 구멍 뚫린 보고·지휘체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의 2일 브리핑에 따르면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이태원 참사 상황이 최초로 보고된 시각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48분이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시민 신고가 112에 최초 접수된 시각은 당일 오후 6시 34분. 위급함을 알리는 112 신고가 접수된 지 4시간 14분이 흐른 뒤에야 행안부가 처음 상황을 파악한 셈이다. 당일 오후 10시 15분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하고 소방당국에 119 신고가 접수된 지 약 33분 만이다. 행안부 비상 상황 보고 체계에 따르면 경찰·소방당국으로 비상 상황을 알리는 시민 신고가 들어오면 재난 주무 부처인 행안부 종합상황실로 같은 내용이 접수된다. 이후 상황실장이 차관 또는 장관에게 보고할 사안인지 판단한 이후 상황 전달 등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이번 참사 당일 112에 최초 신고된 내용은 행안부 상황실로 접수되지 않았다.
행안부에 이어 경찰의 늑장 보고·지휘체계도 명백히 드러났다.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1시간 47분이 흐른 지난달 30일 오전 0시 2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사고 사실을 처음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역 치안을 총괄하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또한 참사 발생 1시간 21분이 지난 뒤에야 최초 상황을 보고받았다. 경찰 보고 체계는 관할 경찰서, 시·도경찰청, 경찰청 순서로 이뤄진다. 용산경찰서장조차도 사고가 터지고 1시간 20여 분이 흐른 뒤에 서울경찰청장에게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당일 오후 10시 43분 소방당국이 대응 1단계 발령을 하고 오후 11시 13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는 동안 경찰 지휘관들은 제대로 된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고의 심각성 정도가 아닌, 사고 발생 사실에 대한 보고조차 제때 이뤄지지 못한 건 아주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며 “지휘 감독 체계 문제가 명백한 만큼 지휘관급 경찰 상부에 대한 수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