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 시간 출동 원칙 ‘코드 1’ 신고 7건 모두 뭉갰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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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신고 뒤 경찰 대응 어땠나

현장 출동 여부 기록 없는 신고도
최고 단계 ‘코드 0’도 대응 미진
“파출소만으로 대응 한계” 주장도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은 내부 규정상 긴급출동을 요구하는 8번의 신고 중 7번을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부 신고에 대해서는 현장출동 여부마저 기록에 남기지 않아 부실 대응 비판이 커진다.

2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에 접수된 11건의 신고 중 긴급출동을 해야 하는 신고는 모두 8건이다. 하지만 사고 당일 경찰은 이 중 1건에 대해서만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내부 규정에 따르면 112 신고의 경우 코드 0, 코드 1이 발령될 경우 현장에 출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11건의 신고 중 8건에 대해 코드 0, 코드 1 판정이 내려졌지만, 경찰은 코드 1이 내려진 7건의 신고에 대해서는 출동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오후 9시께 접수된 코드 0 신고의 경우 당시 출동한 경찰은 몰려 있던 사람들을 해산하는 조치만 취했다. 일부 신고의 경우 현장 출동 여부마저 명확하게 기록에 남기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2 신고는 신고자가 전화하면 각 시·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이 신고를 접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신고자와 대화를 통해 신고 내용을 파악하고 내부 시스템에 신고자 정보 등을 기재해 관할 경찰서 상황실로 전달한다. 이후 관할 경찰서가 신고자의 위치 등을 토대로 신고자와 가까운 지구대나 파출소로 출동 지시를 내리는 시스템이다.

이때 경찰은 자체 규정에 따라 112 신고 내용을 5단계(코드0~4)로 분류한다. 가장 높은 단계인 코드 0은 “살려 주세요”나 비명이 들려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되는 경우나 납치, 유괴, 폭력 등 강력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경우, 합동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될 때 내려진다. 코드 0 상황에서는 최단 시간 내 출동을 원칙으로 관할 경찰서가 총력 대응한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코드 1의 경우에도 신체에 대한 위험이 임박하거나 진행 중인 경우,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경우 등에 적용되는데 이 역시 최단 시간 내 출동이 원칙이다. 코드 2, 코드 3은 현장조치 필요성은 있으나 긴급하지 않은 출동을 의미하고 코드 4는 경찰관의 출동이 필요 없는 상담문의를 뜻한다.

경찰은 112 신고접수 과정에서 구급, 화재 등 소방과 함께 출동할 필요성이 있으면 소방에 공조요청을 할 수 있다. 두 기관은 핫라인을 통해 공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필요할 경우 서로 신고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출동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청이 특별감찰팀을 꾸려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감찰에 들어가자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당시의 인력 배치 등을 봤을 때 현장에서는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참사 당시 이태원 파출소에서 약 20여 명의 인력이 근무했다고 하는데 10만 명이라는 인원이 모인다고 했을 때 관할 경찰서가 이 인력으로 사고가 안 나게끔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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