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 부산의 염원] 여름 지나 가을까지 녹조… 맑은 낙동강 언제쯤 보나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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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금·매리 10월 남조류 세포 수
1만 개 넘어 평년 여름 수준 ‘경계’
고수온에 일사량 많아 녹조 번식
최장기 조류 경보 발령 장기화 우려

6월 시작된 낙동강 하류의 녹조 경보가 가을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중하순 물금·매리 지점에서 3차례 연속 1만~2만 중반 규모의 남조류 세포가 관측됐다. 3일 경남 김해 대동선착장 인근의 낙동강 모습. 정종회 기자 jjh@ 6월 시작된 낙동강 하류의 녹조 경보가 가을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중하순 물금·매리 지점에서 3차례 연속 1만~2만 중반 규모의 남조류 세포가 관측됐다. 3일 경남 김해 대동선착장 인근의 낙동강 모습. 정종회 기자 jjh@

가을이 되면 사라져야 할 녹조가 낙동강 하류에 다시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 10월 한 달간의 이상 기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닌, 녹조 위협이 수개월에 걸쳐 장기화될 조짐이라는 분석이 많다.


■10월에 울린 ‘경계’ 경보

3일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에 따르면 최근 물금·매리 지점에서 실시된 3차례 관측에서 ml당 남조류 세포 수는 △지난달 17일 2만 1584개 △24일 2만 5586개 △ 27일 1만 2188개였다. 이는 예년의 한여름과 맞먹는 수준의 규모다. 지난달엔 총 5회 수질 조사가 이뤄졌고, 앞선 두 차례 조사에서 남조류 세포 수는 △4일 1343개 △11일 5815개였다.

10월에 남조류 세포 수가 1만 개를 넘어선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가을이 되면 강의 수온이 내려가 녹조가 대부분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물금·매리 지점의 남조류 세포 수는 1082~3947개였고, 2020년 10월은 587~928개에 불과했다.

녹조 증가는 조류 경보로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물금·매리 지점의 조류 경보를 ‘경계’로 강화했는데, 10월 경계 경보는 물금·매리 지점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조류 경보는 2회 연속 측정 시 남조류 세포 수가 1000개 이상이면 ‘관심’, 1만 개 이상이면 ‘경계’, 100만 개 이상이면 ‘대발생’ 단계로 구분한다. 현재 전국에 조류 경보가 발령된 곳은 경남 창원과 김해 식수원인 칠서 지점(관심 단계)과 물금·매리 지점으로, 낙동강 하류 두 곳뿐이다.

가을 녹조 번식은 이상 기후가 직접적인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달의 경우 기온이 크게 내려가지 않았고 일사량도 예년보다 많아, 수온이 높은 상태로 유지됐다. 여기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등 녹조가 늘어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게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설명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낙동강 물금·매리와 칠서 구간은 유속이 느린 편인데, 여름과 비슷한 날씨가 되니 또 남조류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녹조 위협, 한 철이 아닌 일 년의 절반?

10월 조류 경계 경보 발령을 일시적인 이상 기후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올여름 낙동강 하류에 역대 최악의 녹조 사태를 초래한 이상 기후의 연장 선상에서 가을 녹조 번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거다.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그동안 한두 달에 그쳤던 녹조 위협이 앞으론 수개월에 걸쳐 만성적인 수질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올 6월에 물금·매리 지점에 발령된 조류 경보는 한 차례도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올 첫 조류 경보는 6월 2일로,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같은 달 23일 경보는 ‘경계’로 강화된 뒤 두 달여 만인 8월 25일 ‘관심’ 단계로 내려왔다. 그러나 녹조 발생이 끊이지 않으면서 경보는 해제되지 않다가 지난달 27일 다시 ‘경계’로 강화된 것이다.

지난 2일 조류 경보 발령일은 5개월을 넘겼고, 3일 기준 발령 일수는 155일이다. 경남 칠서 지점도 올 6월 16일부터 141일째 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1998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국내 조류 경보 지점에서 발령된 최장 경보이다. 그동안 낙동강 내 일부 보에서 100여 일 넘는 경보가 있었지만, 전국 28개 조류 경보 지점에선 경보가 이렇게 길어진 적은 없다.

현재로서는 조류 경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달 중 물금·매리 지점의 경보가 ‘경계’에서 완화될 수 있으나, 경보 해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마지막 조사에서 남조류 세포 수가 1만 개를 넘긴 만큼, 한 달 가까이 경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일 년의 절반가량 낙동강 하류 식수원에 조류 경보가 내려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공동대표는 “녹조 발생 기간이 길어지면 수질 대응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결국 건강하지 못한 물을 마시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만성적인 녹조 위협이 올해만 아니라 앞으로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으로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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