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현대미술, 나만의 방식으로 읽어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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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예술/윤혜정

‘유명하거나 그렇지 않은 작가, 더 알려지거나 덜 알려진 작품은 있을지언정 이유 없는 작품은 없다.’

〈인생, 예술〉은 패션지 에디터를 거쳐 미술시장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가 현대미술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체화한 사적 고백이다. 2년 반 동안 잡지에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28명의 예술가와 28점의 작품을 소개했다.

‘감정’ ‘관계’ ‘일’ ‘여성’ ‘일상’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양혜규, 빌 비올라, 올라퍼 엘리아슨, 김영나, 우고 론디노네, 홍승혜, 문성식, 함경아, 유영국, 루이즈 부르주아, 권영우, 최욱경, 줄리언 오피, 박진아, 서도호, 구본창,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의 작품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한 작품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생생한 목소리가 글에 반영되어 있는데, 이는 저자가 갤러리 현장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을 ‘두려움’이라는 단어로 풀어낸다. 인도 태생의 영국 현대미술가인 카푸어는 시카고 ‘클라우드 게이트’, 115m 높이의 런던올림픽 기념조형물 ‘아르셀로미탈 궤도’ 등으로 유명하다.

“내 작품에서는 어두운 내부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 중요한 테마” “거대한 규모는 색과 마찬가지로 조각 작품을 이해하기 힘든 어떤 시적인 대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라는 카푸어의 말에서 그의 작업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마크 로스코 편에서 저자는 ‘미술 작품을 보면서 위로 받은 경험을 한 적이 없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전하며 책에 자신의 답을 적어 넣었다. ‘미술을 감상한다는 건 작가와 작품의 숨은 서사와 상징을 애써 짐작해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예술 감수성이란 어떤 작품에, 어떤 작가에게 마음을 온전히 내어줄 수 있는 상태라고 쓰고 싶다.’ 윤혜정 지음/을유문화사/384쪽/1만 8000원.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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