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 즉각 규탄 성명… ‘전방위 제재’ 나서나
북한, 잇단 미사일 도발
자국 상공 위협 받은 일본, 비상사태
북, 러시아에 포탄 위장 전달 의혹 받아
국제 사회, 추가 제재 경고 등 대응 나서
북한이 거침없는 미사일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 등으로 국제사회 안보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된 모습이다. 그간 경고 발언 수준의 솜방망이 제재로 비난받았던 미국과 서방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북한은 2일 남북 분단 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 이남 공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3일 오전에도 3발의 미사일을 쏘며 도발 수위를 높여갔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즉각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추가 제재를 경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특히 미사일 발사로 또다시 자국 상공이 위협받은 일본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당초 미야기현 등 3개 지역에 전국순시경보시스템 ‘J-얼럿(J-ALERT)’을 발령하는 등 비상사태에 돌입했다가 이후 “(미사일이)실제 통과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며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 앞서 경보 발령으로 일시적으로 도호쿠 신칸센, JR 니가타 관내 열차 등이 멈춰서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연일 탄도미사일 발사는 폭거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도 북한을 규탄하는 동시에 추가 도발 자제와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본토와 한국, 일본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추가적인 대가와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두고 “EU를 대표해 한국과 역내 다른 국가들에 대한 연대의식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상당량의 포탄을 위장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미 백악관은 2일 이 같은 정보를 확인했다며 “(북한이)중동 혹은 북아프리카 국가로 보내는 방식을 취해 실제 목적지를 숨겼다”고 지적했다. 랜드연구소 겸임연구원인 브루스 베넷은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서 북한의 포탄이 중국에서 기차로 중앙아시아, 이란을 거쳐 이송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이 이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유엔은 북한의 포탄 제공설에 대해 대북 제재 전문가들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사무국으로서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전문가 그룹이 들여다볼 이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에는 전문가 패널들이 포진해 있고, 이들은 매년 두 차례 북한의 안보리 제재 위반 내용을 안보리에 제출한다. 북한의 무기 수출은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이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반미 밀월 관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최근 2년 8개월 만에 북한-러시아 간 철도가 재개됐고, 북으로 향하는 열차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백두산 등정 때 탔던 ‘오를로프’종 흰색 준마(駿馬) 30마리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노골적인 위협에도 불구 미국 등 국제사회가 유의미한 단체 행동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최근 대북 제재 정책이 도마에 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겨냥한 미사일을 개발하는 동안 경제 제재 등에 있어 사실상 어떤 진전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유럽도 현재 우파 정권으로 대대적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각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국제적 분쟁을 일으킬 과도한 제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