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러 군 수뇌부, 우크라 핵무기 사용 구체적 대화”
언제·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했다는 정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군 수뇌부가 전술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고위급 당국자를 인용한 NYT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군 수뇌부가 전술 핵무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는 정보가 지난달 중순 미 정부 내에서 공유됐다. 논의가 이뤄진 시점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 백악관은 실제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러시아의 동향은 포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지 못했다”면서도 “핵무기를 포함해서 대량살상무기(WMD)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우려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 수뇌부의 논의 배경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의 지상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과 직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위협이 말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CNN방송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국가정보위원회가 해당 문서를 작성했으며, 고도의 기밀 문서보다는 분석 문서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주요 인사의 대화 내용이 빠져 있는 등의 이유로 이번 논의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준비를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미국과 서방의 지적을 부인했다. 지난달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총회에서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적이 없다. 그건 정치·군사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핵 독트린은 아주 명확하며, 그것은 철저히 방어적 성격을 띠고 확대 해석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핵무기를 방어용으로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2000여 개의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와 친러 행정부는 남부 전선의 요충지 헤르손에서 우크라이나군 공세가 임박하자 주민 수만 명의 강제 이주를 명령했다. WSJ은 이를 두고 헤르손에서 러시아군 철수가 머지않았다는 징후로도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일부연합뉴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