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복합위기’ 반도체·차·정유 등 산업계 비상등
3고 심화… 수출·자금 악영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이미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수요 위축과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상황에서 고환율·고물가·고금리·저성장의 복합위기 국면을 더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한국의 무역수지가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등 수출 둔화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상으로 추가적인 악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국내 수출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경험한 상황에서 IT 제품 수요 위축으로 인한 업황 악화는 가중될 전망이다. 반도체의 10월 수출액은 작년 동월 대비 17.4%나 감소했다.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자동차 할부 금리도 따라 오르면서 현지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한국 차 수요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맞춰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업계에도 금리 인상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유업체들도 원유 도입후 제품 생산까지 자금융통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데, 금리가 오를 경우 채권발행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수요 둔화와 원자잿값 상승에 고전하고 있는 철강업계도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외 투자·소비 심리가 더 위축되면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제품 판매 단가가 하락하면 국내 철강기업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됐다. 대한항공의 변동금리차입금은 4조 7000억 원에 달하며, 평균 금리가 1% 오르면 470억 원의 이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자이언트스텝으로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적정수준을 벗어나 원화가치 하락 등 거시경제 전반의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특히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유동성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