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진보단체 사찰, 윤 대통령이 사과해야” … 시민사회단체, 규탄 잇따라
민노총·언론노조 등 서울 용산서
참사 직후 동향 내부 문건 작성 비난
“경찰 아닌 독립기구가 진상규명을”
경찰이 이태원 참사 직후 진보단체 등의 동향을 담은 내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자 시민사회단체는 ‘민간 사찰’이라고 비난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와 함께 경찰이 아닌 독립적인 기구가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중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수습과 대책 마련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할 때 경찰이 시민사회 사찰로 정권 안위만 생각했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이들은 또 “윤 대통령은 사과하고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경찰청과 정부 당국자가 새빨간 거짓말을 날조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수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도 “시민사회단체가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고 정부와 경찰을 비판했다.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10월 31일에 진보 성향의 단체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여론 형성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책 참고 자료’를 생산했다.
특히 전국민중행동이 이태원 참사를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간주해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라는 내용,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이번 참사에 여성 사망자가 많다는 점을 부각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를 성토할 것이라는 내용 등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 자료는 또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언론 동향을 담은 내용도 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빗발치고 있다.
참여연대 등 14개 시민사회·노동단체와 7개 종교단체,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등은 같은 날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희생양을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다”면서 “이번 참사의 책임은 위험 상황 판단도 제대로 못 하고 안전관리 시스템을 작동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정부 말대로 매뉴얼도, 주최자도 없었다면 더더욱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에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촛불행동도 이날 오후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골목 인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정부는 사태 수습이나 참사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에 앞서 각종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에 대한 사찰부터 자행했다”면서 “용산경찰서 정보과가 사고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올렸음에도 왜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는지, 사건 4시간 전부터 위급한 신고가 11건이나 들어왔는데도 왜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는지 등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