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응 능력 떠보고 7차 핵실험 예고한 ‘다목적 도발’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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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초고강도 도발 의도는

겉으론 한·미 연합공중훈련 빌미
10곳 발사해 한국형 킬체인 겨냥
ICBM 발사로 핵실험 임박 경고
불안정성 커진 국제 정세도 감안

3일 울릉도 사동항 여객선터미널에 설치된 TV로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위) 울릉도에는 지난 2일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지난 1일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참가한 전투기가 군산기지 유도로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울릉도 사동항 여객선터미널에 설치된 TV로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위) 울릉도에는 지난 2일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지난 1일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참가한 전투기가 군산기지 유도로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고 강도의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에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최고 25발의 미사일을 동·서해상으로 난사한 데 이어 3일에는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쏘아올렸다. 전례 없는 수위의 도발이다.

 1차적인 배경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한 것이지만, 임박한 7차 핵실험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신냉전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는 최근 국제 정서까지 감안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일 북한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대해 “철저히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이고 도발적인 군사훈련”이라며 ‘끔찍한 대가’를 언급했다. 그는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부과된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라며 도발을 예고했다.

 북한이 비난하는 비질런트 스톰은 미 공군 최신예 전투기인 F-35B 등 한·미 군용기 240여 대가 동원되는 대규모 공중훈련이다. 북한 유사 시 어느 곳이든지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하며 ‘핵무력의 사명’을 언급하는 등 핵 공격 위협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미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말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통해 북한이 미국과 동맹에 대해 핵 공격을 가하면 정권이 종식될 것이라고 받아쳤고, 한·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축소된 연합군사훈련을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맞섰다. 이에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 고강도의 도발로 자신들의 핵 무력 사용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를 겨냥한 측면도 다분해 보인다. 북한은 이번에 10개 지역에서 짧은 시간에 여러 발을 저고도로 발사해 우리 탐지와 요격을 피하려 했다는 게 군의 분석이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사일을)쏘는 원점이 북한 전역으로 분산됐다는 것도 굉장히 특이한 사항”이라며 “만약 (킬체인으로)정밀 타격하면 북한을 다 정밀 타격할 거냐 이렇게 거꾸로 우리한테 물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도발은 결국 임박한 7차 핵실험과 직결된다. 이번에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미 본토를 겨냥한 ICBM까지 핵 투발 수단을 선보인 데 이어 마지막 핵실험으로 핵무기 기술의 완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8일 중간선거를 앞둔 미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그 직전에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번에 발사한 ICBM이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시기 선택의 변수로 보인다.

 북한의 전례 없는 고강도 도발은 최근 불안정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가 배경에 깔렸다. 미·중 갈등의 격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미·러 대립의 심화로 미국의 안보 역량이 우크라이나와 대만으로 분산된 현 상황이 북한으로서는 핵 능력을 최대치로 키우는 동시에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한·미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림에 따라 4일까지로 예정된 비질런트 스톰을 연장하는 것으로 맞섰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의 긴장감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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