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한 말단에게 책임 전가 억울”…경찰 내부 ‘지휘부-현장’ 대립 양상
“지원 요청했지만 서울청서 불응
이태원 파출소 특별감찰은 부당”
‘이태원 참사’ 당시 발생한 112 부실 대응 논란을 두고 경찰이 특별감찰팀을 꾸려 대대적인 감찰에 나선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는 ‘꼬리 자르기’라며 지휘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내부망,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당시 상황에 대한 해명에 나서면서 경찰 지휘부와 현장 경찰 사이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일 특별감찰팀을 편성해 이태원 참사 전후 부실 대응 의혹과 관련한 감찰에 나섰다. 특별감찰팀은 참사 전후의 관리자 판단, 현장부서 대응 등 전반적인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면서 감찰 대상도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모두 포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 지휘부가 이태원 파출소 직원 등 현장 대응 직원에 대한 감찰 의지를 밝히면서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이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일 자신을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라고 밝힌 한 경찰은 경찰청 내부망에 “이태원 파출소 직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경찰관은 게시글에서 “사건 당일 약 20명의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면서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론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해당 경찰관은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용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으나 서울청에서 기동대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해당 게시글에 대해 일부 경찰들은 ‘이태원 파출소 대원들이 특별감찰 대상이 되는 건 부당하다’, ‘말단에 책임 전가하는 모습이 부끄럽다’고 동조하기도 했다.
3일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익명을 요구한 한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 출연해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10월 25일경 파출소장이 그렇게 얘기했다고 알고 있다”면서 “서울경찰청에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답은 없었다고 들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부실 대응 논란에 대해서도 “한 곳의 지점에 비슷한 신고가 들어오면 동일 건으로 잡는다”면서 “인근 장소에 신고가 여러 건 접수돼 동일 신고로 보고 현장에 나가 계속 처리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현장 대응에 나선 이태원 파출소뿐만 아니라 다른 일선 경찰서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단순히 압사 관련 신고가 열 몇 건 들어왔다는 것을 바탕으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상황실에 모든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면서 “특히 용산서에서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면 신고 대응 미숙보다는 압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끔 사전에 인력을 배치하지 못한 지휘부의 책임이 더 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비판이 이어지자 경찰청 감사관실은 이태원 파출소와 현장 경찰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현장 경찰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감찰에 현장 직원 대표도 참관시키겠다고 밝혔다.
김동석 경찰청 감사관은 지난 2일 경찰 내부망에 작성한 글에서 “당일 신고를 접수하고 지령을 내리는 과정, 관리자의 조치, 지휘관의 판단 등 전 과정이 조사 대상”이라면서 “상·하급 기관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감찰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호소하는 11건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4건에 대해서만 현장출동에 나선 것이 드러나 부실 대응 비판을 받고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