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년에도 하락세 이어진다”… 최대 변수는 금리
한국건설산업연, 2.5%↓ 전망
한국투자증권 “내년 바닥 확인”
2024년 후 공급량 적은 부울경
하락 폭 다른 데 비해 적을 것
금리 인상 멈추는 신호 보여도
부동산 시장 개선 당장 어렵고
상급지 ‘줍줍’ 현상 나타날 듯
올해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거래 절벽’을 기록하며 ‘불장’이던 지난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으로 거래가 급감하며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부산은 14곳의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됐지만, 시장의 변수는 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진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내년 집값 얼마나 떨어질까?
대한건설협회의 산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올해 집값이 연말까지 1.8% 떨어지고, 내년에는 폭을 키워 2.5%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락 폭은 수도권(-2.0%)보다 비수도권(-3.0%)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0월 개최된 한국주택협회의 ‘2023년 주택시장 전망 설명회’에서도 집값 하락세가 전망됐다. 발표자로 나선 한국투자증권 김규정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내년 초까지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주택시장의 수요 관망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내년 2분기부터 연말까지는 지역별로 가격조정을 거치면서 ‘바닥’이 확인될 것”으로 내다보며 지역별로 주택 수급 현황에 따라 차별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 현실화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도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고 심리적으로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하락세를 예상했다. 다만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년 동안 급등한 집값의 거품이 빠지고 있지만, 시장에 풀린 유동성 규모가 축소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4년 이후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공급 물량이 적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 대표는 “매년 2만 3000세대 안팎의 입주가 이뤄졌지만, 2024년부터는 1만 3000~5000세대로 줄어든다”며 “집값 하락 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락세 반등은 있을까?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 ‘금리’라는 점에 주목한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대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내적 요인이 아니라, 금리 인상 등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만들어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정책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경기가 개선되어야 주택시장도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에서도 최대 변수가 금리라고 진단하면서도, 금리 인상이 멈췄을 때 부동산 시장의 동향은 다르게 예측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금리 인상이 멈추면 투자 수요부터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를 넘어 삼극화로 가고 있는데, 오른 금리보다 더 큰 수익이 발생한다고 판단되는 최상급지 투자 수요가 금리 인상이 멈추면 발빠르게 대응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 원장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상승장에서도 하락하는 곳이 발생하고, 하락장에서 상승하는 곳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멈춘다는 신호가 나타나면 상급지부터 일명 ‘줍줍’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금리 인상이 멈춰도 전반적인 경기 흐름이 나아져야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는 “금리 인상이 끝난다고 한더라도 즉각적인 부동산 시장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 침체가 끝나고 경기활성화 단계로 넘어가야 낙수효과로 주택시장이 반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양적 완화 같은 경기 활성화 정책가 나오는 시기에 따라 주택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주택자의 투자 전략은?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장 집을 사는 것보다는 좋은 시기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이미 집값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평소 관심 있는 단지가 고점과 비교해 20% 가량 떨어졌다면 저점 매수의 기회”라며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참고하되 고점 대비 집값 하락폭이 크다면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축을 원하는 무주택자는 분양시장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견해도 우세하다. 강 원장은 “원자재 가격과 땅값 상승, 안전 강화 조치에 따른 공사 기간 연장 등에 따라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이 때문에 신규 단지에 내집 마련을 하려는 이들은 인기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지금이 제일 쌀 때’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분양 시장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도 “지속적인 분양가 상승 추세에서 앞으로 분양시장은 분양가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하락장이 지나면 미분양 주택으로 소비자가 몰릴 수밖에 없고, 그 중에서 중도금 무이자 단지와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은 최근 미분양 단지로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