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도입… “밸브 분야서 선도적 기업 되고파”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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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미래, 혁신강소기업] (주)세진밸브공업

원자력 발전소 밸브 공급하며 성장
상·하수도·조선소 납품 다각화
LNG선 전용 초저온 밸브 개발
중기부 ‘지역혁신 기업 100’ 선정

방영혁 세진밸브공업(주) 대표가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내 본사에서 자사가 개발한 초저온 볼 밸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제품은 LNG선에 들어가는 밸브로 조선경기 호황으로 향후 전망이 밝다. 조영미 기자 mia3@ 방영혁 세진밸브공업(주) 대표가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내 본사에서 자사가 개발한 초저온 볼 밸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제품은 LNG선에 들어가는 밸브로 조선경기 호황으로 향후 전망이 밝다. 조영미 기자 mia3@

기업 경영에는 항상 위기가 따른다. 밸브 전문 제조 기업 세진밸브공업(주)도 여러 차례 위기를 넘고 다각화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밸브 기업의 평균 수명은 12~15년인데 비해, 세진밸브공업은 24년째 업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해 부산시가 선정한 부산 지역스타기업(Pre-챔프)에 선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혁신 선도기업 100’에 선정되면서 부산의 강소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원자력발전소 밸브 납품으로 성장

세진밸브공업은 방영혁(68) 대표가 부산에 있었던 옛 직장 한일밸브에서 만난 동료 4명과 1999년 공동 창업한 회사다. 생산, 구매, 자재 분야 총책임자로 일하던 방 대표는 2013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방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아무리 어려워도 협력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불하고 직원 월급도 밀렸던 적이 없던 점을 자부심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진밸브는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는 버터플라이 밸브를 공급하면서 성장했다. 해수를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소의 특성상 염분으로 인한 밸브의 마모가 큰데, 고무패킹을 통해 마모를 막아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등록된 관련 특허만 15종이고 올해 추가로 1종의 특허를 신청해둔 상태다.

방 대표는 “2016~2017년도 재무제표를 보면 원자력발전소 밸브 납품으로만 100억 대 매출을 올렸다”면서 “이대로 계속 갈 줄 알았는데 당시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한동안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이후 세진밸브는 상·하수도, 조선소에 밸브를 공급하면서 공급처를 다각화했다. 여전히 원자력발전소에 밸브를 공급하지만 국내 3대 조선소를 비롯해 제품 납품처가 다양해졌다. 그는 “그나마 다행이라면 관이 들어가는 석유화학단지, 플랜트, 조선소 등 웬만한 현장은 밸브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지만 공급처를 다양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위기가 기회로 조선소 업고 ‘날개’

국내 원자력발전소 시장은 한계가 찾아왔지만, 새로 짓는 해외 원자력발전소에 밸브를 수출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가 새로 짓는 원자력발전소에 밸브를 납품할 수 있었다. 방 대표는 “다행히 수출길이 열리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이때부터 조선소 납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LNG선에 들어가는 초저온 밸브 개발에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저탄소 시대 LNG선이 대세가 될 거라는 예측에 맞춰 LNG선에 맞춰 초저온에 견디는 밸브를 개발했다. 그는 “예전에는 독점 기술이라 대부분 선주가 외국산 밸브를 선호해 사용했다”면서 “하지만 국내 기업도 밸브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조선사가 국내 기업의 밸브로 대체하는 추세에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깊은 불황을 겪었던 조선업계가 기술력으로 중국을 제치고 다시 호황기를 맞으면서 세진밸브를 비롯한 조선기자재 업종도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방 대표는 “국내 밸브업체 5~6곳이 초저온 밸브를 개발했지만 여전히 고장 문제가 있다”면서 “자체 연구소에서 오랜 시간 개발 끝에 만든 우리 제품은 시운전 3번 동안 문제가 없어서 OEM(주문자 상표 위탁 생산) 납품을 두고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고 전했다.

기존 원자력발전소 납품과 조선소 납품을 합쳐 세진밸브는 내년 매출의 70% 이상을 선주문받은 상태다. 위기는 기회가 됐다.

■스마트공장 도입 도약 ‘기대’

세진밸브는 안전 관리를 다른 가치보다 더 우선시한다. 창업 이후 얼마 가지 않아 공장에서 인명사고가 일어나는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고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좁은 작업 환경이 사고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 사업이 확장될 때마다 더 넓은 작업 환경 확보를 위해 이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벌써 5번째 공장을 이전했고 대체 부지가 구해지면 조만간 더 넓은 장소로 공장과 본사, 연구소 이전 계획을 하고 있다. 방 대표는 “당시 경험으로 지금도 안전 관리와 설비 투자는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 순차적으로 스마트공장 도입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환경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밸브 기업 중 세진밸브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방 대표는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을 꼽았다. 그는 “제조회사다 보니 설비 투자를 통해 웬만한 공정은 우리가 생산하는 것이 제품 개발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수주 문제로 어려움이 찾아와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방 대표의 꿈은 하나다. 적어도 밸브 분야에서 손에 꼽히는 선도적인 기업이 되는 거다. 지난해 200억대 매출을 올렸고 내년은 300억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평생 바쳐온 밸브 분야의 선도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다”면서 “지금 힘을 주고 있는 초저온 밸브를 비롯해 기술로는 밀리지 않는 기업이 된다면 바랄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동 기획=부산테크노파크·부산일보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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