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2%도 어려워… 올해보다 더 힘들 듯”
기획재정부 등 내년 전망 내놔
근원물가 상승 고물가 지속 우려
수출도 2년 만에 마이너스 기록
자금시장 악화 ‘위기 도화선’
최근 정부 당국자나 민간에서나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높은 물가와 환율, 수출 감소,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가 내년에 본격적인 경기침체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와 민간연구소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가 안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성장률 2%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은 둔화하고 있고 내수와 소비도 물가 상승, 경기 침체, 금리 인상으로 기대만큼 많이 살아날 것 같지 않은 데다 자금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기업 투자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내년 성장률을 1.8%로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도 세미나에서 1.9% 성장 전망을 언급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도 1.9% 전망치를 내놨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은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 등 국제기구들은 2%대 초반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추후 발표될 전망치에선 기존 전망치를 더 내린 수정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만약 성장률이 1%대로 내려간다면 1998년 외환위기 때 -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0.8%,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0.7% 등 큰 위기를 겪은 때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물가도 쉽사리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4.2% 오르면서 2008년 12월(4.5%)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일시적으로 등락이 큰 제품을 빼고 계산한 물가를 말한다. 근원물가가 오른다는 건 물가 상승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곡물가와 원자재 가격인상이 잠잠해지더라도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내년 1분기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이어가고 개인 서비스 물가는 당분간 6%대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경제의 주력엔진인 수출이 동력을 잃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10월 수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5.7% 감소해 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내수 역시 점차 비상등이 들어오는 국면이다.
156명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역시 경제 측면에서는 소비 심리 악화 요인으로 연결될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증권과 보험, 신용카드·캐피탈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자금 시장 악화도 언제든 위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현 상황에서 경제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며 “금융시장의 위험이 확산할 경우 경기 전체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