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률 추락·실업·고물가 한파, 내년 경제 먹구름
“1998년 외환위기 때 충격” 우려
정부, 비상한 각오로 대책 세워야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들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 등 경제 전문기관들이 최근 1.8~1.9%의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당초 2.3%를 전망했는데 조만간 하향 수정치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6월 정부가 발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2.6%였음을 고려하면 이런 전망은 몹시도 충격적이다. 실제로 1%대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위기(-0.7%) 등 비상 상황 때 외에는 극히 보기 힘든 경우다. 우리 경제가 그만큼 큰 위기를 맞은 것이다.
경제 위기의 고통은 서민이 가장 아프게 당하기 마련이다. 당장 일자리 한파가 불어닥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수출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암울해지고 자금시장도 불안해지면서 기업들의 고용·투자 의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올해 60만 명으로 예상했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내년엔 15만 명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KDI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올해 79만 1000명에서 내년에는 그 10분의 1 수준인 8만 4000명으로 대폭 축소해 발표한 것이다. 이래저래 서민들이 먹고살기는 더 힘들어지게 됐다.
우울한 소식은 또 있다. 일시적으로 주춤하던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진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올해 7월 6.3%를 기록한 이후 9월 5.6%로 떨어졌는데, 지난달 5.7%로 다시 오른 것이다. 특히 장기적 물가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근원물가가 지난달 작년 누계 대비 3.5% 상승한 게 심상치 않다. 10월 누계 기준으로 2001년(3.6%) 이후 21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인 것이다. 이는 물가가 꽤 오랜 기간 내려가기 힘든 구조가 됐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달을 정점으로 물가가 점차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지만 그 전망은 이미 틀렸다. 일각에선 1998년 외환위기 때의 물가 충격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민들의 빚도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사상 최대 규모다. 무려 1800조 원 이상으로, 가구당 평균 1억 3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꼴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안이한 것으로 여겨진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지난달 27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가 그 예다. 이날 회의는 정부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실질적인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다수 국민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정부의 위기 극복 의지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서민 고통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