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신문 뉴스가 제값을 받으려면
임영호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
종이신문, 온라인 공짜 기사로 하향세
부수 인증에 수익 의존하며 시대 역행
뉴스 가치 제고와 전달 방식 변화 필요
위기의식 갖고 혁신 마인드 무장해야
종이신문은 이제 사양산업이 됐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언론계와 학계에서도 그런 진단은 드물지 않다. 수치로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년도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1주 동안 한 번이라도 종이신문을 읽은 비율은 8.9%에 불과했다. 이 비율이 2000년에 81.4%, 2011년에는 44.6%였던 데 비하면 거의 폭락에 가까운 수치다. 시사 정보를 얻는 주 경로로 신문을 이용한다는 사람의 비율은 1.1%에 그쳤다. 이제 종이신문은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신문이 살아남으려면 뭔가 획기적인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종이신문 이용은 쇠퇴한 반면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신문 기사를 보는 비율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 경로를 합산한 결합 열독률은 2017년 88.5%에서 2021년 89.6%로 큰 변화가 없었다. 종이 형태에 대한 수요만 줄었을 뿐 신문 뉴스에 대한 수요가 소멸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뉴스가 생산되는 방식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적어도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음은 분명하다.
이제 신문 뉴스는 종이로 인쇄될 뿐 아니라 포털이나 인터넷 사이트로도 읽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면서 확산한다. 신문은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가장 중요한 뉴스 생산자다. 그런데 그동안 모바일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플랫폼 기업은 신문사가 제공한 뉴스 덕분에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정작 신문은 기여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한 채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변화된 상황에 맞춰 신문의 실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공식을 개발하는 일에 업계는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신문사들이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신문은 한국ABC협회의 유료 구독부수 인증을 통해 광고 효과를 매기는데, 2021년 3월 이 수치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히는 사건이 터졌다. 메이저 신문사들이 일선 지국의 인증부수를 조작했고, 한국ABC협회가 이에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수치를 신문의 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공식 지표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랫동안 많은 신문사들은 부수가 곧 회사의 위상이라 여기면서 이 수치를 늘리기 위해 편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신문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새 제도와 척도를 마련하는 일은 시급한 업계 현안인데도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났다. 신문의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는 내부에 있었다.
또 한 가지는 뉴스 개념 자체가 크게 바뀌었고 신문 역시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 대체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신문이 전달하는 정보는 더 이상 희귀한 재화가 아니다. 이제는 흔하다 못해 공해처럼 통하는 정보를 어떻게 가공해 가치 있는 정보로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신문은 기본적으로 취재원의 간접 정보를 취재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생산한다. 이 정보는 취재원이 교묘하게 조작한 가짜 정보이거나 일방적 주장일 수 있고, 그 자체로는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일 수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언론이 남보다 더 빨리 정보를 쏟아 낸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속보나 특종은 한때 언론의 대표적 직업문화였지만, 이제는 희화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온라인에는 그런 정보가 넘쳐 나며 대부분 공짜로 제공된다.
정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많다. 우선 철저한 팩트체킹을 통해 이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정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맥락도 제공해야 한다. 그리해야 이용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써 가며 신문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여길 것이다. 둘째,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잘 골라 제공하는 ‘선별성’도 언론만이 제공할 수 있는 부가가치다. 아무리 공짜 정보가 널렸다 해도 이를 모두 찾아서 읽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셋째로는 뉴스 전달 방식도 고민이 필요하다. 그냥 사실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스트레이트 기사 방식은 종이신문의 오랜 관행이지만, 온라인과 영상 매체에 익숙한 이용자의 갈증을 채워 주기 어렵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도 읽는 뉴스를 선호한다는 비율은 30.9%에 그쳤다. 신문 뉴스 이용에서도 인터넷과 모바일이 주 이용 경로가 된 오늘날에는 종이신문 시절의 관행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모두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고 구체적인 해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 위기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지금까지의 모든 관행까지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는 혁신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