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대중교통 월 만 원
수석논설위원
독일이 내년부터 ‘49유로(약 6만 9000원) 대중교통 이용권’을 도입한다. 한 달에 49유로만 내면 기차·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다. 현재 베를린의 대중교통 연간 회원권 가격을 월 단위로 나누면 한 달에 61유로(8만 5000원)이니 매우 저렴하다. 독일은 지난 6월부터 석 달 동안 ‘9유로(1만 2000원) 이용권’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치솟는 에너지 요금으로 인한 국민들의 재정 부담을 낮춰 주면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고육책이었다. 이 이용권이 5200만 장 넘게 팔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2022년 여름은 유토피아였다.” 독일의 일간지 〈타츠〉는 9유로 이용권을 사용했던 지난 석 달에 대해 극찬했다. 프랑스의 한 방송사는 “젊은 배낭여행객들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대신 독일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개인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타고 통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독일의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물론 크리스티안 란트너 재무부 장관처럼 “공짜를 좋아하는 정서”라면서 반대하는 의견이 없지는 않았다. 시즌2 격인 ‘49유로 이용권’ 도입으로 어느 쪽이 옳았는지 승부는 판가름이 났다.
어디 독일 사람들만 저렴한 대중교통을 맘껏 이용하고 싶을까. 지난 부산시장 선거에서 정의당 김영진 후보는 ‘월 1만 원으로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을 1호 공약으로 내걸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부산시가 버스 회사에 준 운영손실 보전금이 3800억 원에 달한다. 당시 김 후보는 차라리 버스 요금 인하로 선순환이 되면 시민들이 많이 타고, 대중교통 분담률도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탄소 감축도 되면서 교통체증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독일도 정부의 재정 부담 때문에 9유로 이용권을 지속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재원 부담 주체를 둘러싸고 논의 끝에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각각 매년 15억 유로씩을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8월 우리 정부가 독일을 본떠 추석 민생대책으로 ‘교통패스’ 발급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부인하는 일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부터 연말까지 대중교통 이용료 50% 환급 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소망하는 국제관광도시 부산이다. ‘월 1만 원 대중교통 이용권’ 도입을 선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