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부산공동어시장 ‘플라스틱 어상자’ 첫날 ‘혼선’(종합)
비위생적인 목재 어상자 퇴출 목적
3일 플라스틱 어상자 1만 개 첫 등장
대형선망수협 외부 반출 금지 방침
중도매인 “대체용기 구입 애로” 항의
현장 마찰 빚자 11일까지 사용 중단
국내 고등어 어획량의 80% 이상이 위판되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비위생적인 목재 어상자 대신 플라스틱 어상자가 사용된 첫날, 위판 현장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플라스틱 어상자 반출 금지 등의 이유로 중도매인들이 항의하는 탓에 도입 첫날 만에 플라스틱 어상자 사용이 일시 중단됐다.
6일 대형선망수협(이하 대형선망)과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대형선망은 지난 3일 오전 선사 2곳에 플라스틱 어상자 1만 개를 공급해 이날 위판을 진행했다. 대형선망은 어획물의 위생적인 관리를 위해 지난달 총 6만 개의 플라스틱 어상자를 제작했고, 이날 선사 2곳이 플라스틱 상자 1만 개를 사용했다. 대형선망은 이날 플라스틱 어상자 첫 사용 전 중도매인협회, 상자 제작업체 등과 여러 번의 협의를 거쳤지만, 실제 위판 현장에서 중도매인들이 플라스틱 어상자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다음날부터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형선망 등 선사들이 잡아온 어획물은 부산공동어시장과 같은 위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지며, 수산물을 매입해 도매하거나 매매를 중개하는 중도매인들이 이를 구매한다. 어떤 상자에 어획물이 담기냐에 따라서 어가(생선값)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중도매인들은 어상자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특히, 중도매인들은 어상자를 반출할 수 없어 대체용기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당초 목재 어상자의 경우 중도매인들이 어상자와 생선 가격을 함께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어상자를 외부로 반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플라스틱 어상자의 경우 대형선망이 선사에게 임대해주는 방식이라 어시장 외부 반출을 금지했다. 이에 중도매인들은 외부에서 대체용기를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됐다.
한 중도매인은 이날 오전 7시께 진행된 위판 현장에서 “그냥 플라스틱 어상자를 기존과 마찬가지로 구매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대체용기 구입 비용이나 다시 용기에 담는 노임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대형선망 측이 플라스틱 어상자 사용과 관련해 중도매인협회 측과 협의를 이어왔지만, 현장 중도매인들과의 소통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용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수의 플라스틱 어상자가 사용돼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몇백 개면 모르겠는데 사용 첫날 1만 개씩 사용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당초 우려됐던 어획물의 양은 목재와 플라스틱 어사장 크기가 비슷해 어가에 문제는 크게 없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동훈 전국중도매인협회 부산지회장은 “당초 플라스틱 첫 사용일자는 대형선망과 3일로 하기로 합의한 것은 맞다”며 “약속은 몇백 개 수준이었는데, 1만 개나 풀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어상자 교체와 관련해 부산시와 어시장 측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으로 어상자를 전환하는 것은 용기만 바꾸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전국으로 유통되는 수산물의 위생과도 관련돼 있는 공공적인 사안이다”며 “이와 관련해 어시장 측과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도매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미비한 점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는 등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선망 측은 중도매인 협회와의 추가협의를 위해 오는 11일까지 플라스틱 어상자 사용을 일시 중단키로 결정했다. 대형선망 관계자는 “일단 플라스틱 어상자 사용은 위생적인 어획물 관리를 위해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며 “오늘 현장에서 있었던 문제점 등을 중도매인 측과 협의해 사용을 재개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