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발 ‘돈가뭄 도미노’ 한전, 현금 유입 사실상 제로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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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량 회사채 3번이나 유찰
지난 3년간 한전채 유찰 없어
한전, 해외채권 추가발행 검토


한전 나주 본사 사옥 전경. 한전 제공 한전 나주 본사 사옥 전경. 한전 제공


대규모 적자로 현금 유입이 사실상 끊긴 한국전력(한전)이 ‘레고랜드 사태’ 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으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전은 최근 연이은 회사채 유찰의 원인이 레고랜드 사태에 있다며 해외채권 추가 발행 등을 검토 중이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회사채 유찰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인 지난 10월 17일부터 26일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1조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응찰액이 9200억 원에 그쳤고, 5900억 원어치 채권만 발행됐다.

날짜별로 보면, 한전은 10월 17일에 4000억 원을 발행예정이었으나 응찰액은 3400억 원으로 600억 원의 발행예정액을 채우지 못했으며, 10월 20일에는 1000억원(발행예정액 4000억 원)을, 10월 26일에는 1200억 원(예정액 2000억 원)가량의 발행예정액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레고랜드 이전까지 약 3년간 한전채가 유찰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전채는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AAA급 초우량 채권인데다 금리도 높아 매번 응찰액이 발행예정액을 넘겼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발 사태는 결국 한전 회사채의 응찰액을 급격히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전의 연도별 발행예정액 대비 응찰액 비율은 2020년 2.7배, 2021년 2.3배에서 올해 1.8배로 급감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에는 3조 6000억 원의 한전채 입찰에 2.7배에 달하는 9조 8400억 원의 자금이 몰렸고, 지난해에는 10조 7500억 원 발행에 응찰액은 2.3배 규모인 24조 5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24조 5500억 원 규모의 한전채 발행에 응찰액은 1.8배 수준(44조 6000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는 회사채 금리가 6%에 육박했는데도 유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초우량 공사채가 유찰되는 사례는 한전만이 아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달 24일 각각 2000억 원과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전액 유찰됐다.

한전은 해외채권 추가 발행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은행차입을 확대해 차입 재원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30조 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은 현금 유입이 사실상 끊기면서 회사채 발행 외에 마땅한 자금조달책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도 자금시장의 경색을 막기 위해 회사채 발행주기를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절하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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