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항노화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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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인제대부산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회장

병원 진료실에서는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호적상 나이는 동일하더라도 외견상 보이는 모습은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70세라 해도, 60세로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80세로 보이는 사람도 있다. 외견상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신체 기능 역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물리적인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생물학적인 시간은 그렇지 않다. 질병이 있거나 심한 스트레스 등을 받게 되면 노화의 속도는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세포가 일단 노화 상태로 들어가게 되면, 평상시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특히 주변 조직으로 염증을 초래하는 ‘시토킨’이라는 물질들을 여럿 분비하게 되는데, 이 물질들은 주변의 정상 세포들 역시 빨리 늙어버리도록 한다. 노화의 악순환이 일어나는 셈이다.

피부의 주름을 없애고 수분 함량과 탄력을 증가시키는 등 외견상 젊어 보이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러한 것을 항노화 치료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몸속에 중요한 장기들의 기능 역시 정상적으로 유지시켜야 하며, 근력도 충분히 유지하고 몸의 다양한 활성화 기능 역시 충분히 잘 유지해야 한다. 여러 가지 질병의 발생을 잘 예방하고, 중대한 질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백 살을 넘어 사는 사람들을 백세인이라고 한다. 이들에게서 관찰되는 재미있는 현상의 하나는 암과 심혈관질환, 그리고 뇌졸중과 같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질환들의 발생이 일반인과 비교해 매우 늦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노화학에서는 ‘질병의 압축’이라고 한다. 이는 수명의 연장에 있어 흔히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이같은 중증 질환들의 예방과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려 준다. 수명의 연장과 함께, 젊은 날의 활력과 근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방향에서의 의학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며, 이것 또한 항노화 치료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항노화 치료는 이런 복잡한 의학적 과정들의 유기적인 통합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건강보조식품이나 약을 두서너 개 복용함으로써 수명을 연장하고 활력을 보존하겠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꿈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발전된 질병 예방과 치료 기법들을 적절히 잘 활용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항노화 치료는 현재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꼭 기억해 줬으면 한다.

앞으로 여러 번에 걸쳐 노화에 대한 기초 및 임상적인 연구에 관계하고 계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항노화 치료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연재하고자 한다.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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