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이 200명분 아침식사 준비… 노동 환경 열악”
부산대 생협노조 ‘전면파업’
고물가 속 3년째 임금 동결
“생계 유지 자체가 어렵다”
인력 확충·임금 인상 요구
부산대 학생식당 조리 노동자들이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일주일 넘게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은 2명이 200명의 아침식사를 준비할 정도로 높은 업무 강도에도 임금은 생계 유지가 힘들 만큼 턱없이 낮다고 호소한다.
7일 낮 12시 30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금정회관 앞. 민주노총 부산지역일반노조 부산대소비자생활협동조합지회(이하 노조) 소속 금정회관 학생식당 조리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인력 확충"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학생식당과 매점 운영은 중단됐다.
집회가 끝나고 찾은 금정회관 1층 학생식당. 노동자들이 모인 조리실은 어두웠다. 바닥은 닳고 닳아 미끄러웠고, 시설은 한눈에도 낡아보였다. 냉동실과 식당 내 엘리베이터 사이 거리가 멀어 평소 차도로 식자재를 운반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시각, 2층 교직원 식당은 노동자들의 일터와 대조적이었다. 식당은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공간에서 밝은 조명 아래 점심 식사를 하는 교직원들로 붐볐다.
노조는 지난달 17일부터 생활협동조합에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부산일보 10월 24일 자 8면 보도)을 시작했다. 이후 생협 측 교섭 제안으로 잠시 업무에 복귀했지만 교섭이 결렬되면서 결국 31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전면 파업 전 마지막 협상에서 기본급 200만 원과 직무수당 15만 원, 근속 1년에 1만 원 인상 등을 요구했다. 반면 생협 측은 10.4%의 임금 인상안을 제안하면서 서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은 오는 11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사후 조정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노조 오명진 지회장은 “금정회관 조식에 많게는 200여 명이 오는데 모든 업무를 2명이 담당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며 “임금은 3년째 동결이고 설상가상으로 물가는 치솟아 지금의 월급으로는 생계유지 자체가 어렵다. 학교 측은 더 이상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협상에 전면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자료를 보면 무기계약직 조리 노동자의 업무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고, 이들의 한 달 실수령액은 170만 원 남짓이다. 8시 시작하는 아침 식사의 준비 시간은 근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조에 따르면 부산대 내 생협 소속 매점 직원과 조리 노동자 등 인력은 코로나19 이전 50명이 넘었으나 3년 만에 정년 퇴직 등의 이유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임금은 3년 전과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생협 관계자는 “코로나19로 2년 동안 5억 원이 넘는 적자를 감내했는데 노조 측 임금체계 개편안을 수용하면 매년 약 1억 5000만 원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해 식당 운영이 어려워진다”며 ““조리 노동자 등 인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충원했고 임금 협상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논의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