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시장 잡아라”… 부산 의료관광, 교두보 확보 ‘잰걸음’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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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병원, 기술홍보·교류회 성료
신흥 블루오션 개척 본격 나서
현지 병원, 부산 의료에 깊은 관심
해외 의료교류 첨병 고신대병원
현지에 두 번째 거점센터 개소

고신대복음병원 오경승 병원장이 지난달 29일 몽골 울란바토르의 토파즈병원에 문을 연 원격거점센터에서 원격진료를 시연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오경승 병원장이 지난달 29일 몽골 울란바토르의 토파즈병원에 문을 연 원격거점센터에서 원격진료를 시연하고 있다.

부산시와 지역 의료계가 해외 의료관광의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몽골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나섰다.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을 필두로, 고신대학교복음병원, 부산대학교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좋은강안병원, 쉬즈성형외과 등 5개 의료 기관과 에이전시 업체 등으로 구성된 부산 방문단은 지난달 29~30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의료기술 홍보 및 의료교류회를 가졌다. 5개 과 전문 의료진 등 모두 21명이 참여한 이번 원정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절된 부산의 해외 의료관광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는 데서 의미가 컸다.

이처럼 부산시와 지역 의료계가 몽골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은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14만 5842명) 중 미국(2만 8889명), 중국(2만 8021명), 베트남(1만 829명)에 이어 몽골인(9145명)이 4위를 차지할 만큼 몽골이 해외 의료관광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몽골은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 역량이 아무래도 한국에 비해 뒤쳐져 있기 때문에,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현지 병원들 역시 첨단 의료기술과 숙련된 노하우를 가진 한국 의료계로부터 선진 기술을 전수 받고 싶어 하는 열망이 높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과 러시아 전쟁 등으로 해외 의료관광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몽골은 부산지역 의료계로서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고신대병원, 몽골 2호 거점센터 개소

“여기 보이시죠? 수핵이 섬유륜을 뚫고 나와서 이곳 신경을 누르고 있습니다. 추간판 탈출증이 상당 수준 진행된 상태네요”

지난달 29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토파즈병원 내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원격거점센터. 몽골인 허리디스크 환자의 CT 영상 자료가 토파즈병원과 고신대병원에 설치된 비대면 원격진료시스템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동시 전송됐다. 부산에 있는 고신대병원 의료진은 즉각 이를 판독해 환자의 상태와 치료 방법 등에 대해 몽골 현지 의료진과 의견을 나눴다. 또 중증질환·만성질환 환자 진료 및 고신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몽골환자의 치료 경과를 확인하는 원격진료 시연도 진행됐다.

이 비대면 원격진료시스템은 고신대병원이 2015년 자체 개발해 구축한 것으로, X레이, CT, MRI, 초음파 등 각종 영상정보를 고신대병원과 현지 병원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시연을 지켜보던 토파즈병원의 어트겅버르 강벌드 원장이 “위급한 심장 질환자가 있다면 어떻게 조치가 가능하냐”고 묻자, 오경승 고신대병원장은 “심전도를 측정하는 패치를 가슴에 부착해 몽골 환자의 부정맥 여부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고, 위급 상황이 생기면 우리 병원의 심장 전문의가 즉각 원격진료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소식을 가진 고신대병원의 토파즈병원 내 원격거점센터는 카자흐스탄 알마티(2015년)·아스타나(2016년), 몽골 울란바토르 국립 그린병원(2018년), 베트남 호치민(2019년)·하노이(2020년)에 이어 여섯 번째 해외거점센터다.

앞서 ‘몽골 진출 1호’로 세워진 몽골 국립 그린병원의 경우 코로나19로 양국 의료교류가 제약을 받은 지난해에도 30여 건의 진료 실적을 올렸으며, 그린병원 측은 고신대병원과의 원격진료와 의사 교류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센터를 확장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오경승 병원장은 “고신대병원은 2015년부터 몽골 현지와 다양한 교류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몽골 환자 유치와 의학교류에 앞장 서 왔다”며 “팬데믹으로 한동안 이어지지 못하다 재개한 몽골과의 의료교류가 더 큰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료교류로 몽골 시장 교두보 개척

이날 울란바토르 블루스카이 호텔에서는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이 주최하는 ‘의료관광 교류회’가 열렸다. 이번 교류회에서는 현지 유치업체 관계자 70여 명을 초청해 고신대학교복음병원, 부산대학교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좋은강안병원, 쉬즈성형외과 관계자들이 병원을 홍보하며 부산의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관광 매력을 알렸다. 또 환자 의료상담회에서는 병원별 사전 예약한 몽골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방사선종양학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 5개 과 전문 의료진들이 직접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 받은 현지 환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 실질적인 환자 유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교류회에서 몽골 현지 의료기관들은 부산의 세계적인 의료기술과 첨단 의료 인프라, 천혜의 관광 자원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해 9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2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을 참관했다는 오랑치멕 첵메드 몽골 국립암센터 부원장은 “2019년에 의료학술지에서 첨단기술이 소개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 부산 방문 때 5곳의 병원을 둘러봤다. 그 기술이 벌써 구현되고 있더라”며 “해가 다르게 발전하는 부산의 선진 의료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몽골 방문에서 부산대병원은 몽골 제2국립병원과 국립재활센터, 고신대복음병원은 몽골 국립철도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몽골 국립암센터, 좋은강안병원은 몽골 제1국립병원, 쉬즈성형외과는 AVE VIP 클리닉과 상호 의료교류 확대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각각 체결했다.

방문단을 이끈 부산시 마이스산업과 권기혁 과장은 “코로나 이후 부산시에서 처음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의료진들과 방문단을 구성하여 몽골 현지 실정에 맞는 의료상담 중심의 차별화된 상담회 등을 개최하여 신뢰를 구축하였고, 환자 유치를 위한 효과적인 마케팅을 추진하였다”며 “앞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부산의 수준 높은 의료기술을 널리 홍보하고, 해외 마케팅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울란바토르(몽골)/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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