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자연에서 찾은 ‘당신 향기’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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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산 시인 시·산문집 ‘어렴풋, 당신’
고성 산골 생활 30년 이야기 ‘오롯이’

동길산(62) 시인이 경남 고성 산골 생활 30년을 담은 시·산문집 〈어렴풋, 당신〉(헥사곤)을 냈다. 그는 “처음 10년은 한 달 내내, 다음 10년은 한 달에 절반, 그후 10년, 지금은 한 달에 열흘 산골에서 지낸다”고 한다. ‘당신은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새벽 저수지 안개가 우연인 듯 보여도 우연이 아니듯 마음의 문을 열면 보이는 당신 역시 우연인 듯 보여도 우연이 아니다.’ 산골에서 만난 모든 것, 자연이 ‘당신’이다.


‘만리향 향기가/숨을 참을 만큼 참은 내 안에서/천리만리 천만리 무궁한 길을 낸다’. 그 향기는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은 향기’라고 한다. 그것이 시인이 찾은 당신의 하나다. 당신은 곳곳에 있다. 절편의 시 ‘저수지’에도 당신이 있다. ‘비스듬히 던진 돌이 풍덩 빠지자/순간의 깨달음을 얻은 물이/부처가 손가락 원을 내보이듯/수면에 원을 내보였다간 슬그머니 거둔다/슬그머니 거두는 속이 얼마나 깊은지 보려고/서너 번은 돌을 던지는데/던지는 족족 빙긋빙긋 웃는다’. 그리고 ‘물고기는 풍덩 해탈하는 소리를 낸다/소리 낸 물고기는 보지도 못했는데/저수지가 얼마나 크게 웃었던지/빙긋빙긋 둥근 원이 내가 선 곳까지 밀려온다’. 당신의 큰 둥근 미소를 보는 시인의 시를 따라 독자는 빙긋빙긋 웃는다.

〈어렴풋, 당신〉에는 시 71편, 산문 71편과 서양화가 노충현의 그림 28점이 실려 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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