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위상처럼 K클래식·K아트 진화에 다함께 고민해야”
부산시립예술단 발전 방안 토론회
교향악단 60돌, 합창단 50돌 맞아
30여 년 만에 미래 모색 ‘소통의 장’
전문성과 브랜드 파워 향상 목소리
세계 무대 진출 위한 투자 요구도
올해로 창단 60년을 맞은 부산시립교향악단과 창단 50년을 맞은 부산시립합창단을 포함한 부산시립예술단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부산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시립예술단의 미래를 모색하는 이 같은 토론의 장이 30여 년 만에 열렸다며 소통의 기회를 더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향후 분야별로 세부적인 발전 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지속적으로 열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부산시립예술단과 (재)부산문화회관은 7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지하 강의실에서 ‘부산시립예술단 발전 방안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정필 부산문화회관 대표는 “올해는 시립합창단 50주년, 교향악단 60주년으로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며 다양한 작품을 준비하고 성황리에 공연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시립무용단과 소년소녀합창단이 50주년을 맞게 되는데, 최근 높아진 K팝의 위상을 보며 K클래식, K아트는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시립예술단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쓴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윤상운 동의대 음악학과 교수는 “부산시향 하면 가장 어려운 오디션을 거쳐 선택된 단원들로 이뤄졌으니 지역 교향악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다”며 “한편으로 보면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일부 마니아들을 위한 음악이라는 견해가 있을지언정 전문성에 방점을 두고 앞으로 더 치고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부산대 음악학과 교수는 “부산시향이 전국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곳이지만, 마니아층 말고는 부산시향이 어디서 공연하는지 물어보면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다”며 “60주년이 된 이 정도 브랜드라면 일반 기획사 상품처럼 음반도 나오고 다양하고 공격적인 상품화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브랜드 파워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부산오페라단연합회 회장은 “부산시립예술단은 지역 사회와 연결 고리가 돼 줘야 하고, 베를린과 비엔나 하면 베를린필, 비엔나필을 떠올리듯 부산 대표 예술단체로서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해야 한다”며 “특히 베를린 필 같은 경우에 오케스트라 내에 20여 개 앙상블 팀을 갖고 이들이 각자 세계 무대에서 여러 공연을 하고 있는데, 부산시립예술단에서도 이런 다양한 활동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예술인과 예술단의 상생과 관련한 의견도 나왔다. 이상헌 춤 비평가는 “시립예술단 입장에서 보면 예산도 모자라고 제약도 많겠지만, 지역 예술계에서 보면 시립예술단은 가진 자다”라며 “상생을 하려면 가진 쪽에서 곳간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 공간, 시스템이 다 집중돼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자 비판의 대상인 시립예술단은 잘 하면 본전, 기대치에 못 맞추면 비판의 화살이 꽂힌다”며 “그럼에도 예술단의 역할과 비중이 커져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지난해 ‘모티’나 올해 ‘슈퍼 타이거’ 공연 사례처럼 청년 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열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시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시됐다. 이소영 회장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도마니’ 사례를 보면 지역 예술단과 교육청이 연계해 학교에 선생님을 파견해 준다”며 “이들이 학교마다 찾아가 음악회 소품을 미리 만들어보고, 주요 멜로디를 공부해서 직접 공연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는데, 그런 역할을 시립예술단이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래 관객 개발 필요성에 대해서는 토론 참가자 전원이 한목소리를 냈다. 김동욱 교수는 “시민 문화 향유에 있어 시립예술단의 역할은 절대적이다”며 “시민들이 더 많이 공연을 봤으면 좋겠는데, 미래 관객층인 유아, 청소년에 교육을 통해 공연장에 가는 습관부터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음악계 원로 김영근 씨는 “1991년에 시립예술단 발전 방안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린 뒤 이런 토론회가 처음이다”며 “부산에서 머무는 지역 예술단이 아닌 세계적인 예술단으로 발전하려면 과감한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