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이태원 참사' 사과, 정쟁화는 선 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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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대응 인정, 완벽한 대책 마련 절실
여야, 위기 극복·예산 심사에 힘 모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한 뒤 참사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한 뒤 참사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 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최근 종교계 행사에 참석해 사과의 뜻을 표했지만, 공식 회의에서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하기는 처음이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부실 대응으로 참사를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며 총공세를 펼칠 태세여서 다시 여야 간 전운이 감돈다. 이번 주부터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국가 예산안을 심사해야 할 국회가 자칫 책임론을 둘러싼 여야 공방과 대치로 파행을 겪진 않을까 걱정된다.

윤 대통령이 정부 회의 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156명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 압사를 우려하는 112 신고를 무시한 경찰과 행정, 소방 등 관계 당국의 대응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국가수반으로서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도 사과의 뜻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과는 늦은 감마저 있다. 이제는 대통령이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를 통해 밝힌 것처럼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이런 이유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참사 수사가 주목된다. 특수본은 현재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용산구청장, 용산소방서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정부와 경찰은 이번 사태에서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경찰이 관련 수사를 주도하는 ‘셀프 수사’에 많은 국민의 불신이 있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참사에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이 안일하게 대처한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규명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책임론이 들끓자 민주당은 6일 국무총리 경질, 내각 총사퇴, 행안부장관·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파면, 서울시장 책임 인정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에 국회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했고 특검도 추진하겠단다. 반면 여당 일각에서는 완벽한 안전 매뉴얼을 갖추지 못한 전임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반박하는 실정이다. 여야가 대참사를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과 원인을 꼼꼼히 따지는 건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지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정쟁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상호 비방에 매달릴 경우 국회 예산안 심사도 차질을 빚게 된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려는 예산안 아닌가. 지금은 모두가 민생 안정과 안전한 나라 만들기에 힘을 모을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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