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융위 부위원장의 부산 방문을 허하라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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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경제부 차장

부산시-해외 거래소 ‘공동행사’ 이유로
BWB 참석한 것 두고 일부 “부적절” 질타
“해외 거래소의 국내 진출 우려” 속내는
현재 국내 독과점 구조 지키려는 것?

〈금융위-부산 ‘코인 거래소’ 협업?… 대통령실 “경위 파악하라”〉 며칠 전 전국을 커버하는(물론 수도권에 활동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한 경제 전문매체의 온라인 기사 제목이다. ‘협작’(挾作)이라도 했다면 모를까, 금융당국과 지자체가 ‘협업’(協業)을 하는데 정부가 무슨 경위까지 파악하라고 법석이냐, 싶었다.

기사 내용도 마뜩잖다. ‘대통령실이 지난 주말 부산시와 중국계 가상자산거래소의 공동행사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공식 참석한 것과 관련 경위 파악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에서 언급한 ‘행사’란 지난달 말 부산 백스코에서 열린 블록체인 박람회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 2022’인 듯 하다. BWB는 블록체인 특구 부산시가 올해 첫 개최한 블록체인 관련 행사로, 향후 부산국제영화제(BIFF) 못지않은 세계적 이벤트로 키워 나가겠다는 당찬 목표로 출발했다. 중국계 가상자산거래소로 알려진 B사는 행사의 메인스폰서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메인스폰서에는 중국계라 볼 수 없는 다른 해외 거래소도 포함됐고, 그외 많은 블록체인 기업이 행사를 후원했다.


그런데 기사는 BWB를 마치 부산시와 중국계 특정 거래소만의 공동행사로 그 의미를 축소했다. 심지어 스폰서가 아니라 ‘공동주최’라는 표현까지 써 가면서 말이다. ‘해외 거래소’라고 기술하면 될 것을, 유독 ‘중국계’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신뢰할 수 없는)중국계 거래소가 주최하는 행사에 금융위 부위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한 것이 못내 못마땅한 모양이다. 마치 정부 관료인 금융위 부위원장이 어디 주사파 모임(그런게 아직 한국에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에나 참석한 듯한 어조다. 사실, 못마땅한 심경의 주체가 대통령실인지, 아니면 매체 자신인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세력이 있는 것인지, 그것조차 불분명하다.

최근 부산시는 여러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들과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물론 각자의 속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부산시야 가급적 많은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업(그것이 국내든 해외든)을 부산으로 유치해, 그들이 부산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에 힘을 보태길 바랄 테다. 해외 거래소는 군침을 흘리며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던 한국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일각에서 다소 우려를 가지시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다. 부산시와 해외 거래소의 업무협약이 해외 거래소들의 국내 시장 진출로 이어지고, 이후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라든지, 돈세탁 경로로 악용될 가능성이라든지, 여러 우려를 낳는다.

대통령실이든, 매체이든, 아니면 또 다른 세력이든,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우려의 마음은 잘 알겠다. 다만 ‘우려에 대한 해결책 찾기’보다 ‘무조건 반대’를 외치려는 일부의 속내는 부산시에 손을 내민 해외 거래소의 속내보다 더 궁금하다. 9월 말 국내 유력 가상자산거래소의 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은 포화상태다. 왜 부산시가 레드오션에 뛰어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블록체인 특구라면 거래소 외 다른 블록체인 산업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당시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 대한 대표의 따뜻한 조언이 고맙게만 들리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진정 부산 특구를 걱정해서 한 말인지, 아니면 대표의 회사가 선점한 국내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뛰어드는 것을 걱정한 것인지 잠시 헷갈렸기 때문이다.

부산의 현 경제상황은 우려의 수준을 넘어 고사(枯死) 직전이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겨야 한다. 손을 내민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라고 해서 이를 거절할 처지가 아니다. 유수의 국내 거래소들은 언제 부산에 손 한번 내민 적 있었던가. 해외 거래소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한 여러 우려는 제도적 장치로 막으면 될 일이다. 국내 거래소에 적용되는 것 이상의 규제를 적용하고, 규제가 부족하다면 만들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부산시와 금융당국과의 ‘협업’은 더욱 필수불가결하다.

금융당국뿐만 아니다. 부산시는 국회와의 ‘협업’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현재 국회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입법이 진행 중이다. 해당 법안에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의 정체성과 일부의 우려를 해소할 규제 방안을 충분히 담아야 한다. 부산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지역특구법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취지를 지키자는 것이다. 국가 정책은 다양한 미래산업을 지역별로 나눠 육성키로 이미 정한 바 있고, 블록체인 산업은 부산에서 육성키로 했다. 가상자산 역시 블록체인 산업의 일부임은 굳이 되풀이해 강조하지 않겠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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