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낙동강 녹조 민관 합동조사’ 수용
조경태 의원 국회 정책질의에
“주민 요청 땐 실시하겠다” 답변
기존 환경부 입장서 크게 진전
부산 ‘안전한 식수 공급체계’ 예산
국회서 국비 추가 반영 청신호
낙동강 하류에 대규모로 발생해 부산·경남 주민의 식수원을 위협하는 녹조(부산일보 11월 4일 자 1면 등 보도)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가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수 과정에 녹조 독소 물질이 제거된다던 기존 정부 입장에서 크게 진전된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시민단체, 학회 연구팀 주장에 의하면 (낙동강 하류 일대에)간 손상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틴과 파킨슨병같이 뇌 질환을 유발하는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MAA) 등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환경부에서는 이런 (독성 물질이 수돗물에 영향을 주는)게 없었다고 한다”며 “(낙동강 하류 녹조의 수돗물 영향에 대해)일반 시민단체와 환경부 입장이 서로 엇갈리기 때문에 (부산·경남)시민들은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정부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주민의 요청이 있다면 민관 합동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는 또 부산·경남, 대구·경북 등 영남 지역의 취수원 다변화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도 “(정부 차원의 TF 구성을)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답했다. 부산의 경우, 수돗물 원수의 약 90%를 낙동강에서 취수한다. 나머지는 법기·회동 수원지에서 취수한다.
조 의원은 또 매년 늘어나는 녹조 대응 사업비를 언급, “내년도 예산 편성안에도 840억 원, 작년도에 비해 19.2% 증액된 예산이 편성됐다”며 “이렇게 많은 국민 혈세가 투입되고도 녹조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저희가 판단하기로는 조류 독소는 고도 정수 처리 과정에서 일단 제거는 된다”며 기존 환경부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국민께 안전한 수돗물 공급한다는 게 최대의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에 철저히 대응하도록 전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부산·경남의 식수원인 낙동강 하류 물금·매리 지점에서는 올 6월 조류 경보가 발생, 5개월간 이어지면서 1년의 절반 가까이 식수원이 녹조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지속된다. 특히 최근에는 낙동강에서 1km가량 떨어진 부산의 한 아파트 옥상 대기에서도 녹조 독소 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했다.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올 9월 21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 남세균 독소가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올 8월 말 경남 김해시 대동선착장, 대구 화원유원지 등 낙동강 인접 지점에 진행됐으며 모든 지점의 공기에서 남세균이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는 에어로졸(대기 중 미립자) 형태로 전환된 녹조 독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이동해 상당히 넓은 구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부산시의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물 공급체계 구축’ 관련 사업비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한 총리의 이 같은 답변은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추가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한 총리가 전향적 입장을 보인 만큼 국회 단계에서 국비가 반영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