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힌다” 119 신고 ‘끊김’ 처리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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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당일 밤 10시 12분 “숨 막힌다” 신고
소방청 “사고 발생 여부 인지할 수 없었다”
사람들 밀었다 의혹 ‘토끼머리띠’는 무혐의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2차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2차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일 소방당국이 오후 10시 12분께 “숨이 막힌다”는 내용의 119 신고를 받았으나, 참사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신 위치상 참사 현장 구조 요청 신고로 추정되지만, 소방청은 이 신고를 ‘신고내용 끊김’으로 종결 처리했다.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당시 신고 상황에 대해 “그분(신고자)은 ‘아, 네’하고 실제로 전화를 끊은 상황이었고, 위치도 특정되지 않아 출동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정확히 인지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 ‘119 신고자 통화 녹취록’을 보면 참사 당일 오후 6시부터 사고 발생 시각인 오후 10시 15분까지 이태원 일대에는 총 17건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3분 전인 오후 10시 12분 한 신고자가 119에 전화해 힘겨운 목소리로 “이태원···죠. 숨이 막혀가지고···”라고 신고를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신고자는 접수자가 “여보세요”라며 말을 건네자 “OO아, 일로”라고 말한 뒤 “떨어뜨렸어···여보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119 신고 접수자가 “전화가 잘 안 들린다”고 하자 “아, 네”라고 답한 뒤 전화가 끊겼다. 소방청은 해당 신고 내용을 ‘끊김’으로 종결 처리했다.

이 국장은 ‘숨을 못 쉬겠다고 했는데 사고라는 인지를 못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숨을 못 쉬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녹취를 들어보면 평상시 대화처럼 생기가 있다”면서 “마지막에도 일반적으로 ‘아, 네’하고 끊었다. 녹음을 들은 현장 쪽은 우리가 생각하는 압착된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 모두발언에서 “인파사고의 문제점을 집중점검한 후 인명 구조가 최우선이라는 원칙하에 현장에서 작동 가능토록 법, 제도, 예산, 행태 등을 전면 개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네트워크, 초연결 사회에서 발생 가능한 서비스 중단, 블랙아웃 등 새로운 위협요소에 대해서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등 현 재난안전관리체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국가안전시스템의 대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 조사와 관련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토끼 머리띠’ 남성이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경찰은 또 참사 당일 각시탈을 쓴 두 명이 길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CCTV를 확인한 결과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 빔’이라는 술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두 사람을 사고 현장에서 봤다는 목격 게시글이 퍼지면서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조만간 당사자들을 소환조사한다는 입장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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