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 체제 5년’ BNK, 기반 단단해졌지만 정치에 흔들렸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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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5개월 남기고 7일 사임 발표
자녀 특혜 의혹 등에 심리적 부담
BNK벤처투자 등 자회사로 편입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긍정적 평가
성향 비슷한 인사에 노른자 보직
금융을 정치로 변질해 내부 불만
차기 회장 두고 은행 안팎서 경쟁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 전경. 부산일보DB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 전경. 부산일보DB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이 7일 조기 사임했다. 김 회장은 BNK금융을 5년간 이끌며 지역 금융사를 투자전문금융그룹으로 육성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으나 ‘금융’을 ‘정치’로 변질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은 내년 3월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자녀 밀어주기 의혹’에 책임감

김 회장은 7일 오전 11시 BNK금융지주 회의실에서 공식적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공식 임기가 내년 3월 말까지인 김회장은 이날 임기 마무리를 약 5개월을 앞두고 있었다. 김 회장의 사임 발표는 BNK금융지주와 BNK부산은행 임원들이 지켜봤다.

김 회장은 최근 제기된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그룹 회장으로서 도덕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최근 건강 악화와 그룹의 경영과 조직 안정을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BNK금융 계열사의 자녀 밀어주기’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금감원)이 현장검사를 실시하면서, 김 회장은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2017년 9월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약 5년간 그룹의 경영을 이끌었다. 김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BNK벤처투자를 9번째 자회사로 편입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등 BNK금융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치 금융맨’ 결국 정치에 ‘발목’

이처럼 김 회장은 금융 CEO로서 수완을 발휘했으나 ‘정치 금융맨’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선배로, 대표적인 참여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그가 취임 이후 BNK금융의 계열사, 임원, 사외 이사 등 ‘노른자’ 보직에 고교·대학 동문 또는 비슷한 성향의 정치적 인사를 집중 배치해 조직 내부와 정치권 일부에서 불만을 샀다.

이처럼 정치 입김으로 취임했던 김 회장 본인도 결국 정치적 이해에 밀려 자리에 내려오게 된 것이다.

올 들어 김 회장이 지난해 수익으로 측근 임원들 대상으로 ‘상여금 잔치’를 했다거나, 자신의 측근을 차기 회장으로 앉히고 자신은 상임고문을 맡아 ‘상왕 정치’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변 지형이 변화됐고, 결국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BNK금융 계열사가 김 회장 자녀가 다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또 정치권에서는 BNK금융 회장직에 외부 인사를 제한하는 BNK금융의 폐쇄적 인사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BNK금융지주와 BNK캐피탈, BNK자산운용 3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실시하면서 김 회장의 조기 사임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내년 3월까지 직무 대행 체제

BNK금융은 김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까지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하면서 차기 회장 선출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 관계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를 개최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열릴 이사회에서는 직무 대행자 선정 절차 등 직무 대행 체제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앞서 BNK금융 이사회가 외부 전문 기관의 추천을 받아 외부 인사도 차기 회장 후보에 오를 있도록 ‘최고경영자(회장) 경영 승계규정’을 수정한 만큼 차기 후보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우선 내부 후보로는 내부 승계 규정에 따라 지주 사내이사 겸 자회사 대표인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를 비롯해 최홍영 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김영문 BNK시스템 대표,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김상윤 BNK벤처투자 대표 9명으로 한정된다.

또 외부 인사 후보로는 7∼8명이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안효준 전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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