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페이 발행 일시 중단…정부 지원금 삭감에 존폐 위기
올해 지원예산 소진 ‘충전 중단’
가뜩이나 힘든 골목상권 속앓이
시 “자체 예산 편성할지 고민”
코로나19 장기화에도 골목상권에 단비가 됐던 지역화폐 ‘울산페이’가 예산 고갈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소상공인 등은 고금리, 고물가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손님 발길마저 뚝 끊길까 봐 애가 타는 모습이다.
8일 울산페이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자 바로 ‘울산페이 발행 중단’이라는 안내창이 떴다. 이달 4일부터 예산이 소진돼 울산페이 충전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모바일 상품권인 울산페이는 소비자가 최대 20만 원까지 충전할 수 있고, 이용 금액의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가맹점은 결제 수수료가 없다.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이득이어서 시민 사이에 인기가 높다.
울산페이 가입자는 도입 첫해인 2019년 말 5만 504명이었다가 올해 9월 기준 51만 7172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가입 대상인 만 14세 이상 인구 96만 9334명의 53.3%인데, 울산 시민 2명 중 1명꼴로 울산페이를 사용하는 셈이다.
가맹점도 울산시 자영업체 6만 9878곳 대비 93.5%인 6만 5328곳에 달한다.
올해 울산페이 발행 규모는 총 4510억 원. 10% 할인 예산인 451억 원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3일 조기 소진된 것이다.
시는 추가 예산을 확보해 12월 중순 다시 울산페이를 발행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한 내용은 없다.
내년이 더 심각하다. 정부가 2023년도 지역사랑상품권(이하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시 예산만으로 전부 감당해야 한다. 울산시 채무액이 2018년 말 6802억 원에서 지난해 9878억 원으로 약 3000억 원 급증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다.
울산시는 일단 이달 들어 본격화한 국회 예산 심의에서 지역화폐 지원금이 살아날 수 있어 신중하게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 울산페이 지원금이 삭감될 경우 시 자체 예산으로 전액 발행할지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역 자영업자들은 울산페이 발행 차질로 영업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한다.
울산시소상공인연합회 김창욱 회장은 “울산페이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며 “울산에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인근 대도시로 빨대효과가 더욱 커지고 자영업자도 타격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울산시의회 문석주 의원은 이날 울산시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울산은 지역화폐 발행 금액이 7대 광역시 중 최하위이고,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도 세종시와 제주시 다음으로 15위”라며 “울산페이 발행 규모를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