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신을 불렀던 온갖 소리들… ‘고대 악기’와의 만남
복천박물관, 30일까지 기획전
복천박물관은 30일까지 기획전 ‘신을 부르는 소리, 고대의 악기’를 열고 있다. 16개 기관에서 대여받은 유물 8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소리를 내는 온갖 것들이 다 모였다. 전남 화순 대곡리 출토 청동 쌍두령(국보)과 복천동고분군 출토 청동 칠두령(보물) 등 귀중한 유물도 포함돼 있다.
먼저 관악기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사진 자료다. 무려 4000년 전 제작된 함경도 서포항에서 발굴된 뼈피리가 있단다. 뼈에 13개의 구멍을 뚫은 피리다. 반구대 암각화에도 피리를 부는 사람 모습이 그림으로 새겨져 있다. 실물 자료로는 토제 훈이 보이는데 동그란 구에 구멍을 뚫어 그것을 손가락으로 막아가며 높낮이가 다른 음을 내는 것이다. 관이나 통 속에 공기를 불어넣어 각각의 소리를 내는 것은, 그 소리 나는 것 자체의 신비성으로 인해 신을 부르는 소리였다는 것이다.
타악기도 다양하지만 역시 예사롭지 않다. 아주 다양한 청동 방울과 동탁(銅鐸), 그리고 여러가지 모양의 북은 제천의례와 관련이 깊은 도구였다. 이미 청동기 시대와 그 이후에 사용된 이것들은 의례에 제사장이나 주술사가 사용한 것이다. 사람 신체로 낼 수 없는 그 소리들이 울려퍼지면서 또한 신을 불러냈다는 것이다. 잔 받침대 속에 공간을 만들어 그 속에 구슬을 넣은 방울잔도 의례에 사용한 특이한 유물이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5월에 씨 뿌리고 귀신에게 제사 지내는 모습을 서술한 기록이 있다. ‘춤을 출 때는 수십 명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뒤를 따라가며 땅을 밟고 구부렸다가 치켜들었다 하면서 손과 발로 서로 장단을 맞추었는데 그 풍류가락이 마치 방울춤(鐸舞)과 비슷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이족의 모습이다.
현악기는 삼한시대에 내려와 등장한다고 한다. 마한 진한 변한에서 현악기 유물이 각각 발굴됐다. 삼한의 유물들과 함께 다양한 현악기들이 전시돼 있다. 지난 3일 가야금을 ‘가야 통합의 상징’으로 보는 김재홍 국민대 교수의 초청강연회도 열렸다. 5세기 후반 대가야 가실왕이 가야의 국가의례를 거행하기 위해 중국 남제의 문화를 수용해 가야금을 만들었고, 우륵으로 하여금 대가야 권역의 남북을 통합하기 위해 12곡을 짓게 했다고 한다.
특별전에는 가상 가야금을 연주하는 체험 코너가 있으며, 전시실 입구 벽면에는 복제품으로 전시 중인 백제금동대향로 영상도 일렁거린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