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시민들 “살려 달라”… 소방 무전 “출동 빨리” 외쳤건만…
시민 긴박한 119 신고 녹취록 공개
당일 밤 10시 15분 현장 첫 신고
이후 10분 동안 14건 신고 접수
다음 날 0시 56분까지 이어져
같은 시각 소방당국 무전도 다급
추가 소방·경찰 출동 요청 29차례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급박한 구조 상황을 보여 주는 소방당국의 소방 무전 기록과 시민들의 119 신고 녹취록이 일부 공개됐다.
그날의 119 녹취록과 소방 무전에서 시민들은 ‘살려 달라’고 호소하고, 소방당국은 ‘경찰 출동’을 독촉했다.
“여기 이태원인데요. 이쪽에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사람이 압사당하게 생겼어요.”(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여기…죽을 것 같아요. 빨리 좀 와 주세요.”(10월 29일 오후 10시 18분)
“사람 깔렸어요. 너무 많아서 깔렸어요.”(10월 29일 오후 10시 26분)
“아예 못 나가요. 그냥 뒤에서 계속 누르고 있어서 압사가 이건가 싶습니다 지금.”(10월 29일 오후 10시 26분)
지난달 29일 오후 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119에 도움을 요청한 신고 녹취록 일부 내용이다. 이태원 참사 당일 119에는 도움을 요청한 신고가 87건 접수됐고, 소방당국은 29차례 무전을 통해 경찰과 추가 소방력 출동을 요청했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 신고 녹취록을 보면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19에 도움을 청한 신고는 모두 100건이며, 이 가운데 무응답을 제외한 신고는 87건으로 집계됐다.
최초 신고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에 이뤄졌다. 신고자는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알리며 소방 출동을 요청했다. 해당 신고자는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 주셔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압사당하게 생겼다”며 “부상자가 길거리에 널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 신고를 접수하고 2분 뒤인 10시 17분 구조대를 출동시켰다.
신고는 잇따랐다. 최초 신고인 10시 15분부터 25분까지 10분 동안 1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수십 초 간격으로 신고가 쇄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긴박한 현장을 전하는 신고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11시 31분 119에 전화를 건 한 신고자는 “사람이 50명 넘게 쓰려져서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있다. 소방차가 와 있는데 진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1시 41분에도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사람들이 다 죽고 있다. 더 보내 달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는 이날 오후 10시 15분부터 다음 날 0시 56분까지 계속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10시 43분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11시 13분 대응 ‘2단계’, 11시 48분 대응 ‘3단계’로 격상해 인력 총동원을 지시했다.
같은 시각 소방당국은 무전을 통해 끊임없이 추가 소방력 출동과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8일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가 공개한 서울종합방재센터의 용산 이태원동 구조 관련 녹취록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모두 29차례에 걸쳐 경찰 출동을 요청하거나 독촉했다.
녹취록을 보면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최초 신고가 접수되고 3분 뒤인 이날 오후 10시 18분 무전을 통해 처음 경찰 인력 요청을 언급했다. 이후 10시 20분과 24분에도 경찰 출동을 독촉하는 내용이 나온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방당국의 인력 요청도 다급해졌다. 이날 오후 10시 42분에는 “15명 정도 CPR(심폐소생술)을 실시 중인데 인원이 모자란다. 대원들 빨리…”라며 추가 출동 요청이 들어왔다. 오후 11시께에는 “30여 명이 의식이 아예 없다. 대원들 더 보내 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후 11시 9분에는 “경찰력을 해밀톤호텔 뒤편으로 많이 보내 줘야 한다. 빨리”라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