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논리에 매몰된 거친 말·말·말… 정치권 ‘모욕 불감증’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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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음모론자들
소영웅주의 관종
거짓 눈물 미꾸라지…”
경쟁하듯 독한 말 주고받기
징계 강화 등 자정 노력 필요

 국회에 ‘모욕죄 피해자’가 속출한다. 정치권의 독한 말 전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진영 정치의 심화로 대치 정국이 일상화되면서 모욕을 더 큰 모욕으로 갚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나 한발 떨어져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내로남불’이다. 적의에 매몰돼 자신의 모욕감만 중요시할 뿐 상대를 향한 모욕에는 거침이 없는 모욕 불감증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지난 8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지칭한 데 대해 경찰에 모욕죄로 고소했다. 한 장관은 그 전날 국회에서 한 장관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의 한 원인이라는 황 의원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해 “‘직업적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한다”고 황 의원을 직격했다. 국무위원이 국회 회의석상에서 현역 의원을 향해 이런 강도의 비난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여당에서도 한 장관의 거칠어지는 ‘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크다.

 그러나 한 장관의 사례가 드문 일이라 두드러졌지만, 사실 국회의원들의 모욕적 표현이 더 심각하다는 점에서 황 의원의 고소를 삐딱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황 의원은 해당 발언을 ‘완벽한 모욕죄’라면서도 한 장관을 향해 “소영웅주의와 ‘관종(관심 종자)’에 매몰“ “틈만 나면 튀는 발언으로 천박함을 이어가” 등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이전에도 ‘철부지 애송이’ ‘말 싸움꾼’ ‘국정농단 수준의 장난질’ 등의 표현으로 한 장관을 공격해 왔다. 더 큰 아이러니는 황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모욕죄가 기득권층이 자신에 대한 적대적 견해를 가진 사람의 의사표명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취지를 담은 모욕죄 폐지 형법 일부개정안 발의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또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 도중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이 수첩에 ‘웃기고 있네’라고 메모를 썼다가 지운 것을 두고도 “국회 모욕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대로했다. 김 수석은 “(해당 메모는)운영위나 이태원 참사와 전혀 관계 없다”며 사적인 대화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을 질타하는 야당 의원에 대한 조롱 섞인 반응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로부터 이번 참사 대응을 추궁 받는 자리에서 조소로 반응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야당을 대하는 현 대통령실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날 운영위에서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학생들을 세월호에서 수장시키더니, 윤석열 정부는 젊은이들을 사지에 좁은 골목에 몰아넣고 떼죽음을 당하게 했다”며 막말을 쏟아냈다. 또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참사 당시 유럽 출장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거짓 눈물을 보여가며 미꾸라지처럼 (참사의 책임에서)빠져나간다”는 비난 글을 올렸다.

 이와 함께 며칠째 여야 간 쟁점이 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반환과 관련,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이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의 위탁관리를 위한 시행령 개정 약속을 윤석열 정부 탓이라며 “실로 개판”이라고 비판하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날 “청와대 있을 때부터 천방지축이더니…탁현민도, 개싸움도 다 문재인 때문”이라는 더 독한 말로 맞받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표현의 수위로 보자면 양측의 태도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모욕적인 표현은 상대의 분노를 부추기는 것 외에 현상 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 되지만, 적대적 진영 정치에 편승하려는 일부 정치인들로 인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며 “여야가 자체 징계를 강화하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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