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건강 지키기
한성호 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 중국 베이징로 연수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는 지인을 통해 최 사장이란 기업인을 알게 됐다. 베이징에서 열심히 사업체를 운영했던 중견기업 CEO였다. 평소 고혈압이 있었고 자신의 건강이 제일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몇 년 전부터 한국 출장을 갈 때마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 혈압을 제외하곤 특별한 건강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 최 사장을 만날 때 한두 번 봤던 그의 아내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약간의 체중감소 이외 특별한 증상은 없다고 했다. 그의 아내에게 정기검진을 권유했으나 ‘남편만 검진하면 된다’고 거절했고 최 사장 역시 ‘아내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니 다음 기회가 있을 때 검사하면 된다’며 만류했다. 그로부터 3개월 정도 지난 뒤 최 사장 부부는 한국에 올 기회가 있었고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 억지로(?) 종합검진을 받게 했다. 결국 그의 아내는 3기 위암 판정으로 위암수술을 받았다. 이후 최 사장 가정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내 건강이 악화되자 치료를 위해 최 사장은 회사를 정리,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고 미국에 유학 중이던 두 딸도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우리 주위에 최 사장과 같은 상황을 겪은 가족이 많을 것이다. 중국에 있는 동안 최 사장 부인 같은 환자를 여러 명 진료했으며 그 중에는 안타깝게 치료 자체가 힘든 분도 계셨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중대한 질병을 앓게 되면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무너지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의료보험 혜택이 있다하더라도 경제적 부담은 웬만한 집안 경제력을 앗아간다. 또 ‘오랜 질병 끝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많은 경우 가족 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오히려 이러한 가족 위기를 적절하게 대처해 가족 간 유대와 사랑이 깊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더 많이 접하게 된다.
암 같은 심각한 질병이 생기게 하지 않게 예방하는 방법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앞서 최 사장 경우처럼 미리 정기검진을 통해 질병 발생을 조기에 진단, 치료 기회를 갖는다면 암을 포함한 대다수 질병은 완치될 수 있다. 흔히 외래에서 ‘건강검진을 꼭 해야 하는 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검사하면 암이 발견될 것 같아 검사받기 두렵다’는 걱정도 많이 듣는다. 이 때문에 검사를 받기보다 영양제나 비타민, 보약 등을 찾는 경우도 볼 수 있고 몇 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을 기꺼이 부담한다. 보약이나 영양제를 먹는 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몸에 이상이 있을 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 후 주치의 상담을 통해 복용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지금 한국 건강검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합리적 검진비용뿐만 아니라 검진결과 신뢰성도 아주 높다. 물론 건강검진을 한다고 해서 모든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종합검진은 가장 기본적인 검진만 선택해도 혈액검사를 비롯 위내시경과 복부초음파까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주요 암이나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도 있다. 검진 전 의사와 상담해 자신의 나이와 과거력에 따라 몇 가지 검사를 추가하는 맞춤형 종합검진을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간은 우리 주위 많은 환경을 바꿨다. 마스크 착용이나 선별검사, 백신접종과 비대면 진료 등은 이제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익숙해진 변화가 됐다. 한편으론 불안감으로 병의원에서 검진 받기를 꺼리는 분들도 많아졌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포스트코로나 ‘건강’시대를 맞아 몇 년간 미뤄뒀던 건강검진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믿을 수 있는 주치의 상담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