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일하는 부산시의회 성과도 낼까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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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정치부 차장

우려 속 출범한 시의회 일단 연착륙
‘일하는 의회’ 강조하며 분주한 활동
보여주기식 경계, 견제 역할 충실해야
엑스포 유치전 등 실질적 성과 필요

최근 국민의힘 한 중진 국회의원은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을 두고 “평의원 시절엔 그리 잘하지 못하더니, 의장이 되고는 잘하고 있다. 저마다 어울리는 자리가 있는데, 안 의장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시의회를 안정적으로 꾸려가고 있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실제로 올 7월 출범한 9대 부산시의회에 대한 평은 현재까지 나쁘지 않다. 기대 이상으로 연착륙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8대 시의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했다가 9대엔 다시 국민의힘이 득세하면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별다른 잡음 없이 의회가 개원했다. 무엇보다 시의회 출범때마다 되풀이돼 온 감투싸움이 거의 없었다. 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 선출은 다선 의원 중심으로 원만히 이뤄졌다. 특히 안 의장이 소수정당으로 전락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을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 우선 배려하면서 역대 가장 원만하게 상임위 구성도 마무리했다. 직전 8대 시의회 때만 해도 민주당 의원들의 집안싸움으로 전반기,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지난 넉 달여 간의 활동도 분주했다.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의정활동을 충실히 하기 위해 의원들끼리 자발적으로 10개의 다양한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의원 연구모임 지원 예산을 실적에 따라 배분하는 등 ‘일하는 의회’ 분위기 조성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지역 상공계와 연계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9대 시의회가 개원하자마자 엑스포 특위를 출범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1명의 의원이 3개 조로 나눠 남미와 동유럽, 아프리카 9개국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또 내년 초에도 해외 방문에 나서는 등 엑스포 개최도시가 최종 선정되는 내년 11월까지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좌초된 부울경 특별연합과 관련해서도 부산시의회가 앞장서 광역 협력의 끈을 이어가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달 부산시의회는 울산시의회, 경남도의회 의원들을 초청해 부울경 시도의회 상생 협력 합동 워크숍을 개최하고 앞으로 교류의 장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차근차근 진척돼 오던 부울경 특별연합을 각 지자체가 단번에 폐기하고 대신 생뚱맞게 등장한 부울경 경제동맹 추진에 대해 지역민 대다수는 성사 여부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역 생존을 위한 광역 협력은 필수적인 만큼 시의회가 어떻게든 상생·협력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지역사회에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시의회 본연의 역할인 집행부 견제였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었던 과거 시의회 때 거수기 노릇으로 비판받았던 전례를 보면 이번에도 같은 당 출신 시장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당연했다. 그러나 안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견제를 내세우며, 잘못된 사업은 부결시키고 잘못된 예산은 과감히 삭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일부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최근 추경 예산 심의 등에서 야당의원 못지않게 집행부를 맹공격하기도 했다. 오히려 시의회를 제 식구로 여기며 만만하게 생각했던 부산시 공무원들이 부실한 준비로 강한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공천권자인 국회의원들의 뜻을 거스르며 시정 견제에 충실할지 의문도 여전하다. 8대 시의회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경우 지나친 개인플레이가 눈총을 받았지만, 이는 거꾸로 본다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정치에 충실했다는 말도 된다. 국민의힘이 부산 권력을 사실상 석권한 상황에서 시의원들이 정당·계파정치에만 매몰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 9대 시의회에 대한 평가는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성과다. 지난 4개월여간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여줬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나 결실을 아직 내놓지는 못했다. 시의원들이 5분 자유발언에 열을 올리고 각종 보도자료를 쏟아내는 것이 의욕적인 의정활동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성과 없이 계속 남발되면 보여주기식 정치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관 신설 등으로 권한이 커진 만큼 전문성과 실력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이미 발을 들인 광역 협력,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전에서 진전된 결실이 필요하다. 단순히 광역의회 간의 친목 도모를 넘어서 의회 차원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 소멸 시대에 전국의 광역의회와 협력해 지역의 목소리를 높여가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서도 시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해외 순회에 그칠 것이 아니라 부산시, 지역 상공계와 공조해 각국 지도자와 만날 수 있는 도서국 등 작은 나라 유치전에 집중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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