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사용법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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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달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를 제안했다. 지금 국회가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상대 정파를 공격하고 막무가내식 비방과 선동으로 국민들을 혼란과 분열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으니, 더 이상 특권 뒤에 숨지 말고 스스로의 양심 앞에 떳떳이 설 수 있는 국회가 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조 의원의 주장은 새로운 게 아니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 개혁 논의 때마다 폐지 논쟁의 대상이 되곤 했다.

우리 국회의원이 갖는 특권은 200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의정사(議政史)에서 적잖게 있어 왔던 국회의원의 특권을 둘러싼 논란은,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불신이 출발점이다. 국회가 그들의 특권을 대의제와 권력 통제를 위한 본연의 기능 및 과업과는 무관하게,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폭로성 발언 및 방탄 국회 등으로 오·남용해 온 것이 그 주된 이유인 것이다.

상대 정파 공격 막무가내 비방 선동

입법 활동 활성화 위한 제도를 남용

국민들 불신 자초 폐지 목소리

국회 자율성 위한 헌법적 가치 여전

방탄용 방지 면책 범위 제한 필요

국회 스스로 합리적 대안 만들어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란 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우리 헌법 제45조에 규정되어 있다. 면책특권은 의회주의와 대의제도의 모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의원의 자유 토론과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야당을 보호함으로써 의회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한 제도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바와 같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폭넓은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는 장치인 만큼, 동시에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에 대한 비판을 수인해야 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검증을 받을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의기관이고, 그러한 대의적(代議的) 결정을 위한 자유롭고 심도 있는 토론을 업무로 삼아야 하는 심의기관이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의 정부에 대한 제대로 된 통제 기능을 수행하고, 국가적 의안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일상화해야 하는 기관이 국회다. 그래서 국회는 시끄러워야 한다.

하지만 국회가 만들어야 하는 시끄러움의 의미와 무게를 우리 국회는 잊고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정 통제 등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면책특권을 인정한 것임을 알고 있다면, 그런 행동들을 하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직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저 정쟁적인 발언을 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하는 발언을 하거나, 정쟁에 불과한 발언을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허위임을 몰랐다고 강변하고, 국가를 위한 비판적 발언이라고 자평하면, 우리 국민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여기는 것인가.

때문에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폐지 주장도 계속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 헌정사에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정부나 사법부의 국회의원에 대한 부당한 통제나 탄압으로부터 국회의 자율성을 지키고자 하는 헌법적 보호 장치다. 때문에 제도 자체의 고유한 의미와 기능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폐지가 아니라 개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정되지만, 구체적 내용은 나라마다 다르다. 각국의 정치 문화적 배경의 차이가 제도화된 것인데, 면책특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의원의 면책특권을 중상적 모욕(verleumderische Beleidigung)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독일형법상 중상적 모욕이란 타인에 대한 관계에서 확실한 인식에 반하여 타인을 경멸하거나 또는 세평을 저하시키거나 또는 그의 신용을 위해하기에 적합한 허위의 사실을 주장하거나 유포한 경우에 인정된다.

현행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광범위한 보장 내용으로 오·남용이 발생되어 왔고, 그 남용이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으며,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특정의 발언은 면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개선은 헌법개정 사항이다. 개헌 논의 때마다 면책의 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사유들이 제시되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국회의원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그들의 직업적 양심에 기대야 하는 헛헛한 마음이 된다. Law makers should not be law breakers!(국회의원들은 법을 어기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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